법원, 천 화백 차녀 승소 판결
‘국가배상 소송’ 핵심 변수로
법원이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결론 낸 감정서를 검찰이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천 화백 유족이 진행 중인 국가배상 소송에서 검찰 감정서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단독(재판장 이용우)은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12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검찰은 2016년 미인도 위작 사건 수사 당시 9명의 감정인이 낸 감정서를 공개해야 한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에서 천 화백의 ‘미인도’를 대중에게 처음 공개했다. 그런데 그림을 본 천 화백은 “내 작품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 유통 경로까지 공개하며 천 화백의 그림이 맞는다고 맞섰다.
2015년 천 화백이 숨진 뒤 논란이 재조명됐다. 천 화백 유족은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들이 천 화백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며 고소했다.
2016년 검찰이 감정을 진행한 결과 ‘진품’으로 나왔고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김 교수는 “검찰의 불법 수사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 교수 측은 1심에서 패소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김 교수는 검찰이 감정위원으로부터 받은 감정서를 공개해달라는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다. 검찰은 ‘문서의 공개로 인해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 등이 있다’며 거부했다. 김 교수는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김 교수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정보 중 감정인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 부분은 사생활 비밀·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지만 그 외의 정보는 정보공개 거부 사유 중 어디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보공개를 구하는 원고의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