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장 오래된 영화 시상식, 대종상에 무슨 일이

2025.02.18 16:33 입력 2025.02.18 22:17 수정

2015년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는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배우, 감독들이 전원 불참했다. 연합뉴스

2015년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는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배우, 감독들이 전원 불참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시상식인 대종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종상 시상식은 지난해 주최 단체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영협)의 파산으로 개최되지 못했다. 올해는 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기획협회)가 대종상 개최권을 넘겨받으면서 자리를 잡는 듯 했지만, 지난 17일 영협 등 7개 영화 관련 단체가 “대종상 금권 매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다시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과 함께 국내 3대 영화상으로 불렸던 대종상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종상의 전신은 1957년 문교부가 제정한 ‘우수국산영화상’이다.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것은 1961년부터다. 1990년대부터는 민간에서 시상식을 개최했다. 특히 무려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데다 영화인들이 직접 꾸려나가는 행사라는 점에서 한때는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한국영화 수준이 열악했던 1970~80년대 대종상은 가장 권위있는 상이었으며, 대종상 작품상·주연상 등을 수상한 영화는 괜찮은 작품이라는 인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대종상은 크고 작은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며 서서히 무너졌다. 1996년 열린 제43회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편집조차 끝나지 않은 영화 <애니깽>이 당시 영화계 원로들의 선택을 받아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의 상을 받았다. 이때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대중들에게 ‘대종상은 나눠먹기식 상’이라는 구시대적 이미지를 강하게 안겨준 사건이었다.

불과 10년 전인 2015년에는 ‘대리수상’ 논란이 일었다. 제52회 대종상 시상식 주최측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배우, 감독에게는 상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에 반발한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후보 전원과 감독, 스태프들이 대거 시상식에 불참하며 시상식은 파행됐다. 2012년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에게 무려 15개 부문의 상을 몰아주며 ‘대충상’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자체 쇄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위기감을 느낀 영협은 2017년 ‘대종상 리부트’를 선언하며 크고 작은 개선책들을 내놨다. 평론가, 기자, 영화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예심, 본심 작품을 심사하는 등 외부 심사위원 비율을 높였고, 심사과정과 결과도 공개했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 열린 시상식에서 <남한산성>으로 음악상을 받게 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대리 수상자로 영화와 아무 인연이 없는 트로트 가수가 나와 또다시 대중들의 비웃음을 샀다.

급기야 대종상은 지난해 제59회 시상식을 열지 못했다. 주최자였던 영협이 누적된 채무, 경영 부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파산하면서다. 영협은 당시 파산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은 정상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실패했다.

영협이 청산 절차에 들어가자 기획협회는 영협의 자산이던 대종상 업무표장을 6억6000만원에 낙찰받고, 지난 12일 올해 대종상을 기획협회 명의로 주최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영협을 비롯한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영화기술단체협의회, 한국영화배우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음악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등 7개 단체가 “대종상을 금전 매수하려 한다”고 강력 반발하면서 대종상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영협 등은 기획협회가 대종상을 꾸려나갈 여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제60회 대종상이 올해는 열릴 수 있을까. 영협은 기획협회가 대종상 업무표장을 가져가도 ‘개최권’은 영협에 있다는 입장이다. 영협과 행사를 공동주최할 수는 있어도, 영협을 빼고 개별 주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7개 단체는 “대종상은 한국 영화의 공적 자산이자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라며 “우리는 대종상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우 영협 사무총장은 “기획협회는 대종상을 꾸려나갈 수 있는 여력이 안되는 단체”라며 “영화 단체들은 기획협회가 주최하는 대종상에 대해서는 보이콧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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