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정 갈등 1년, 환자 볼모 삼은 ‘벼랑끝 대치’ 언제까지

2025.02.18 18:15 입력 2025.02.18 22:20 수정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19일로 1년을 맞았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 후 의료 현장은 붕괴됐다. 이들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암 치료나 장기이식을 받아야 할 중증환자들이 수술도 못 받고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전공의들 복귀는 요원하고 정부와 의사들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니 안타깝다. 환자와 시민만 볼모 삼은 의·정 대치가 장기화될 수 있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년간 수련병원을 관둔 레지던트 9222명 중에 5176명(56.1%)이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한 전공의 5176명 중 58.4%인 3023명은 의원급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6명이 전문의를 포기하고, 동네병원에서 ‘월급쟁이 의사’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빠져나간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남아 있는 전공의는 1174명으로 조사됐다. 의·정 갈등 이전 정원의 8.7%에 불과하다.

전문의 시험 응시자도 격감했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2025년도 68차 전문의 자격 1차 시험에 534명이 응시해 500명이 합격했다. 올해 응시자는 지난해 2782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의대 졸업 후 치르는 국가시험 합격자도 지난해의 8.8%인 269명에 그쳤다. 당장 전문의 수가 급감하면서 의료 현장 인력난은 더욱 심화되고,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가 불가피해졌다. 정원이 늘어난 의대들의 교육·시설 준비도 미비점이 속속 지적돼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생태계가 전반적 위기에 처했다.

내년도 의대 정원을 확정하려면 이달 중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을 끝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7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의료계 대표자 회동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의·정 대화가 헛바퀴 도는 데는 탄핵 정국, 의사들의 정부·여당 불신, 양측의 선결 요구 조건 미해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대 정원 재조정 문제가 걸림돌이다. 정부가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를 사과하고 2026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내년 의대생 모집을 하지 말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026년 의대 입시 자체를 없애는 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케 된다. 언제까지 치킨게임만 할 것인가. 정부와 의료계는 한발씩 물러선 현실적 해법을 내놓고, 조기에 절충점을 찾기 바란다.

의대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지속될 당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의대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지속될 당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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