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여하는 정부·국회 국정협의회가 20일 열린다. 탄핵 정국에서 처음 마련된 자리다. 안으로는 12·3 내란으로 더 피폐해진 민생 위기와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밖으로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상 압력에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협의회에선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대략적 규모에 합의하는 게 시급하다. 여·야·정 모두 경기 침체와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에 민생지원금의 다른 이름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을 포함시켰다. 이 대표는 지난달 “정부·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하겠다면 포기할 수 있다”고 했는데, 빈말이 아니라면 유연하게 협의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추경 논의에 딴지 걸 작정이 아니라면 다른 현안과 연계해선 안 된다. 추경은 때를 놓치면 효과가 반감되고, 그 피해는 국민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연금개혁은 여야 모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결정하는 모수개혁을 먼저 하자는 방향이고, 소득대체율 입장차도 미세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다루자고 요구해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연금개혁 의지가 있다면, 모수개혁부터 단계적 해법을 찾아나가는 게 맞다. 반도체특별법도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국민의힘 요구로 멈춰 서 있다. 반도체 위기는 기술 혁신 지체로 더 촉발됐고, 노동시간 예외는 52시간제 근간부터 흔들 수 있다. 여야가 동의한 인프라·세제 지원부터 시급히 입법하고, 여야·노사가 이견을 보인 노동시간은 추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동맹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최 대행은 18일 국무회의에서 “통상 총력전”을 선언했다. 또 무역금융 지원 방안과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 대책 등을 내놓겠다고 했다. 국정 리더십이 불안정한 권한대행 정부로선 대응에 한계가 있다. 정치권도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여·야·정이 각자 입장을 고집하며 ‘네 탓’만 할 거라면 국정협의회를 백번 해도 소용없다. 시간이 급한 민생과 통상 입법 과제는 합의된 것부터 매듭짓는 구동존이 자세로 여야가 길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