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윤석열 탄핵심판 9차 변론
국회 측, ‘5분 국무회의’ 등 절차적 허점·국회 대체 시도 지적
윤 측, 진술조서 증거채택 시비…헌재 “이미 결정” 수용 안 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국회 측은 최후변론 성격의 의견을 밝힌 반면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 등 탄핵심판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을 계속했다. 3~8차 변론에 모두 출석한 윤 대통령은 이날도 헌재에 왔지만 ‘양측 대리인단이 의견을 설명하는 날’이라는 걸 뒤늦게 확인했다며 재판 시작 전 구치소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1호 발표’ ‘군·경찰 투입한 국회 방해’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 법조인 등 체포 지시’ 행위 위법성 등 5가지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계엄 선포 행위의 위헌·위법성이다.
국회 측은 관련자 절차와 요건을 갖추지 않은 계엄 선포는 위헌·위법하다고 밝혔다. 안건 상정이나 의결, 회의록 작성조차 없는 ‘5분 국무회의’를 열고 계엄을 선포해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계엄이 국회를 대체하려는 시도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장순욱 변호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신문조서 등을 근거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 국회를 해산하고 국회를 대체하는 비상입법기구를 구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10월 추진한 ‘국가보위입법회의’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헌재가 증거로 채택한 ‘비상입법기구’ 문건은 “예비비 확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 내용이 담겼다. 이 문건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받은 것이다.
국회 무력화 시도는 ‘군경의 국회 침탈과 국회의원 체포 시도’로도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이 홍장원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검찰 진술서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검토한 ‘국회의원 정치활동 전면 금지’ 내용의 포고령 1호를 “실제 집행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수사기관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일 6차례 직접 전화해 “포고령 1호에 근거해 ‘정치인 체포 지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의혹을 다시 들고나왔다. ‘중국 개입설’ 같은 음모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가 친중 성향을 드러내 홈페이지에 중국 선거·정치 공작 책임자를 홍보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국회가 중국인 스파이 활동을 처벌하는 간첩법 개정을 미루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폈다.
윤 대통령 측은 “전쟁이나 사변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중대한 위협 상태였다”며 “왜 언론을 통해 하지 않았냐면 우리나라 언론은 언론노조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궤변도 내놓았다. 영장 없는 선관위 압수수색에 대해선 “대통령이 헌법 질서 수호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 측이 수사기록을 제시하자 거세게 항의하며 증거 채택에 관한 불만을 나타냈다. 조대현 변호사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반대신문으로 신빙성을 탄핵할 수 없는 진술조서에 대해 증거로 조사하는 것은 법률에 위반된다”며 “증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재판부의 증거 결정은 이미 4차 기일에 이뤄졌다. 이미 그 점에 대해서는 두 차례 이상 재판부의 의견을 밝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변호사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가방을 싸들고 심판정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