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은 “가장 진보적인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고 부정선거론은 “정당한 의문”이라고 옹호했다. 보수 지지층에 소구하는 메시지를 강화하며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여권 주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과연 올바른 판결이었나. 박 전 대통령이 무슨 큰 잘못을 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두고는 “헌법재판관들이 보다 더 숙고하고 국민 누구라도 마음속으로 승복할 수 있는 헌재로 발전해 나가길 간곡히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노동개혁 대토론회’ 참석차 국회를 찾았다.
김 장관은 또 “대한민국의 가장 진보적인 분이 이승만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희(전 대통령)보다 더 진보적인 분이 어딨나”라며 “배고프고 전깃불 하나 없는 깜깜한 세상에서 밝고 너무나 좋은, 위대한 한강의 기적을 만든 분이 진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정선거론을 두고는 “정당한 의문”이라며 “이 의문을 보다 더 안전하고 착오가 없게 보완할 책임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기조연설에 나선 토론회에는 여당 의원들이 대거 몰렸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해 당 소속 의원(108명) 중 절반이 넘는 58명이 참석했다. 또다른 여권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난 12일 개헌 토론회(48명)때보다 참석 의원이 많았다. 나 의원은 개회사에서 “너무 많은 의원님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역시 1등이신 분이 오셔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여권에선 ‘조기대선’ 언급이 금기시되지만 물밑에선 대선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나 의원도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처음 내놨다. 그는 토론회를 마친 뒤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는 취재진의 언급에 “지금 그런 얘기를 할 것은 아니고 일반론적인 얘기”라면서도 “정치인은 누구나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여권 주자인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 한동훈의 선택>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책 보도자료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에 따라 계엄 반대를 선택하고 행동했다”고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소회를 밝혔다. 출판사는 책 소개에서 한 전 대표의 검사 이력을 뺐다. 이번 저서 출간이 한 전 대표의 조기 대선 출사표인 만큼 같은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기대선 출마가 거론되는 이철우 경북지사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심판으로부터 윤 대통령을 지키는 것에 총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BS 인터뷰에서 “정치하면서 준비하는 게 대구시정하고 차기 대선 준비”라며 조기대선 출마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철수 의원도 대선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조기대선이 열린다면 제가 대선 후보군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JTBC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쌓인 오해를 인간적으로 풀고 싶다”며 ‘배신자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발언을 내놨다.
여권에선 조기대선이 열리면 당내 경선에 출마할 후보만 12~13명에 달한다는 말이 나온다. 김 장관과 오 시장, 한 전 장관을 비롯해 안철수·나경원·윤상현·김태호·김기현 등 당내 중진 의원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홍 시장과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도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외에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 전 의원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