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을 시작하는 연령이 낮을수록 염증성 장질환의 일종인 궤양성 대장염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전유경 교수 연구팀은 흡연 시작 연령에 따른 염증성 장질환 발병 위험에 관한 연구를 국제 학술지 ‘연세메디컬저널(Yonsei Medical Journal)’에 게재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은 2009~2012년 국내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650만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장기간 연구를 수행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해 설사와 혈변, 피로,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질환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이 중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대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소화관 어디든 발생하는 크론병보다는 예후가 나은 편이지만 발생 빈도가 높아 전체 염증성 장질환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전까지 흡연이 염증성 장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두 질환에서 서로 정반대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크론병은 흡연자의 발병 위험이 뚜렷하게 높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금연 시 발병률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흡연과 염증성 장질환 간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밝히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흡연 시작 연령이 궤양성 대장염의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20세 이전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한 경우 궤양성 대장염 발병률이 비흡연자보다 1.93배 높았다. 흡연 시작 연령이 20~24세, 25~29세일 때는 발병률이 각각 1.73배, 1.68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는 담배를 피웠다 끊으면 궤양성 대장염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기존의 연구와 배치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흡연에 발병률을 낮추는 이점이 있다고 해석하긴 어렵다. 금연하지 않고 계속해서 흡연할 경우 대체로 궤양성 대장염 발병 위험을 낮추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편 크론병은 흡연 여부와 시작 연령에 따른 발병률 차이가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청소년기 흡연이 장기적으로 궤양성 대장염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최초로 밝혀냈다며 이 연구가 향후 흡연 예방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유경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식습관도 중요하지만 흡연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며 “흡연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궤양성 대장염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 밝혀진 만큼 청소년기 흡연 예방을 활성화하고 염증성 장질환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스크리닝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