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때리는 트럼프···‘우크라 없는’ 우크라 종전협상 현실화하나

2025.02.19 16:13 입력 2025.02.19 16:20 수정

‘젤렌스키 퇴진’ 압박까지 시사한 트럼프

이대로 패싱될라…유럽, 19일 2차 회동

트럼프 비위 맞추던 젤렌스키 날 선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 협상에 착수한 미국과 러시아의 첫 회담 결과를 두고 미국이 지난 3년간 고수해온 ‘러시아 고립·우크라이나 지원’ 원칙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이 장기화한 탓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등 러시아와 밀착하는 태도를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패싱’이 현실화한 우크라이나는 반발하고 나섰지만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가시밭길을 앞두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 협상 첫 단추를 끼운 사우디아라비아 장관급 회담은 종전 방안을 논의할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고, 미·러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 이어져 온 대립 관계를 청산하고 러시아를 국제무대에 복귀시키는 신호라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크렘린에 있는 자신의 친구(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평화 협정을 강요할 것이라는 우려를 더욱 키웠다”고 평가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장관급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장관급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한 질책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3년이 지났으면 전쟁을 끝냈어야 했다. 시작하지 말했어야 했다”며 전쟁이 길어진 책임을 우크라이나 탓으로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또 협상에서 배제된 우크라이나가 불만을 표하는 데 대해 “이 자리(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먼저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고 쏘아붙였다. 전쟁 발발에 따른 계엄령으로 임기가 연장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적법한 권한이 없으며,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러시아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시 지도자(젤렌스키 대통령)를 축출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협상에 동의할만한 친 푸틴 인사를 내세우는데 선거를 이용할 것이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또 사우디아라비아 미·러 회담에서 양국은 종전 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르기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려해온 ‘패싱’이 현실화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날 미·러 회담에 대해 “미국이 푸틴이 전면전을 시작할 때 설정했던 최후통첩을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방안을 결정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러한 날 선 반응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며 섬세하게 노력해온 모습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라고 짚었다.

종전 협상이 갈수록 러시아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유럽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 17일에 이어 오는 19일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에 관한 2차 비공식 회동을 한다. 1차 회동에 초청받지 못한 노르웨이, 발트 3국, 체코, 캐나다 등이 참여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유럽 국가들이 평화유지군 파병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미군 지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도 불가하다며 선을 그은 만큼, 2차 회의에서 일치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유럽국가의 평화유지군 파병안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역 장악이라는 목표를 품고 있으며, 사실상 종전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서방 정보당국의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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