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일 파업·도크 점거’ 옛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 징역형 집유 선고…“파업 공익 인정하면서 행위 위법 실망”

2025.02.19 16:18 입력 2025.02.19 16:25 수정

2022년 ‘임금 정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 51일간 선박 건조장인 도크를 점거하는 등의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파업의 공익 목적을 인정하면서도, 파업을 위한 개별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 김진오 판사는 19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지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며, 그외 노조원들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 지회장 등 조선하청지회 소속 28명은 2022년 6월 당시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51일간 파업 투쟁을 하며 도크를 점거하는 등 사측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5년간 삭감·동결된 임금을 원상회복하고 하청 노동자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교섭은 원활하지 않았고 유최안 부지회장은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 크기 철 구조물에 들어가 안에서 용접함으로써 스스로를 가뒀다. 이로 인해 제1독의 선박 건조작업이 중단됐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2022년 7월 19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그는 건조 중인 원유 운반선 내부에 1㎥ 철제 구조물을 만들고 스스로를 가뒀다. 이준헌 기자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2022년 7월 19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그는 건조 중인 원유 운반선 내부에 1㎥ 철제 구조물을 만들고 스스로를 가뒀다. 이준헌 기자

법원은 당시 파업의 공익적 목적을 인정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집회 과정에서 다수 조합원이 업무방해 등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정도를 감안하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사용자의 재산 관리권을 침해하지 않는 상당한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한 집회나 노동조합 활동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등 공익적 목적에서 이 사건과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노동계는 법정 구속된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표하면서도, 개별 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된 것에 대해 항소를 통해 다시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재판부는 파업의 부수적 수단으로 도크를 점거한 부분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다만 그렇게 하게 된 노동자들의 목적이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고 양형에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파업의 공익성을 인정했으면 부수적 행위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니 참작해서 낮은 형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전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결국 하청 노동자들이 왜 배타적 점거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법원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점에서 문제”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51일 동안의 파업 투쟁에 대해 공익을 위한 활동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고작 집행유예로 그친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19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19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최근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사건’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파업이 한창이던 7월16일 대우조선해양 대관팀 안내를 받으며 파업 현장을 둘러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명씨는 다음날 대관팀으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강경 진압 의견을 냈고, 이틀 뒤인 18일 오전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19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헬기를 타고 현장 상황을 살펴봤고 공권력 투입이 가시화되자 3일 뒤 하청노조는 파업을 접었다.

이날 판결과 별개로 대우조선이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제기한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들의 파업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고 노조 와해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남용을 막기 위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2023년 11월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회사 이름을 한화오션으로 바꾸고 소송을 이어받았다. 한화오션 측은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파악한 후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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