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장애인의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신규 신청을 배제한 ‘장애인활동법 제5조2호의 본문과 단서조항’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지난 14일 나왔다. 장애인 활동 지원급여의 신청 자격을 65세 이전 수급자로 제한한 것에 대해 법원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첫 사례다.
지난 14일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는 김용기씨(71)가 지난해 10월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를 묻기로 했다.
발달장애인인 김씨는 전남의 한 섬에서 2002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노동력을 착취당해왔다. 당시 이름은 ‘김객기’. 어릴 적 불렀던 이름은 용기였지만, ‘주인’이 동네에 똑같은 이름이 있다고 바꿨다고 했다.
김씨는 “먹을 것과 잠자리를 준다”는 사람을 따라 전남의 한 섬에 흘러들어왔다고 했다. 고기잡이, 멸치 가공, 전복 가두리 양식장, 밭농사, 멸치액젓 제조 등 고된 노동은 그의 몫이었지만, 제대로 임금을 받은 적은 없다. 김씨는 “주인집에만 TV가 있고, 커피도 마음대로 못 먹어서 달라고 해야 줬다”며 “나는 그 섬에서 내 인생을 빼앗겼다”고 했다.
김씨는 2019년 7월 섬을 빠져나왔지만, 섬 밖에서 또 한 번 좌절을 겪었다. 지난해 3월 자립하기 위해 장애인활동법상의 활동 지원 급여를 신규로 신청했는데 무안군청은 지난해 6월 “(신청인이) 신청 당시 만 65세를 경과하여 장애인 활동 지원급여 신청대상이 아님을 사유로 국민연금공단에서 반려됐다”고 통지했다.
무안군청은 반려 근거로 활동 지원 급여의 신청 자격을 명시한 ‘장애인활동법 제5조2호’를 들었다. 김씨의 나이는 이미 70세였지만 활동 지원 급여를 신청하기 위해선 “이법(장애인활동법)에 따른 수급자였다가 65세 이후에 혼자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어야 했다. 즉 과거에 수급자 경력이 없어 활동 지원 급여를 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김씨는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의 도움을 받아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무안군청은 “(활동급여) 신청 당시 만 65세가 지나 대상자가 아니”라며 맞섰다.
최현정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를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65세 이후에 장애가 생겼다는 이유로 신청 자격이 원칙적으로 부여되지 않은 문제를 다룬 것”이라며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가는 만큼 장애인들의 자립 생활 권리의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판단이라 헌재에서도 판단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활동법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인혁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 정책국장은 “‘지금 운영되고 있는 급여 제도가 위법하고, 65세가 넘는 사람들에게도 신청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며 “활동 지원 급여가 지금처럼 정부가 시혜하는 수준이 아니라 장애인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자립 생활 권리를 충족하는 식으로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도 국가에 의한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를 지원하는 전라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김씨가) 낮 동안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이용해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장애와 질병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자립 생활에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다”며 “활동 지원사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