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이재명, 정책 우회전 예고인가

2025.02.19 18:41 입력 2025.02.19 21:36 수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9일에는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가시화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와 합리적 보수로 외연을 확장하고, 이를 위해 ‘정책 우회전’을 늘릴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 ‘탈이념·탈진영 실용주의’를 내걸고 성장 담론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주 52시간 노동시간 규제 완화, 상속세 공제액 상한 등은 그 흐름에서 제시됐다. 이에 우클릭 지적이 나오자, ‘우클릭이 아니라 민주당은 원래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반박한 것이다. “민주당이 언제 분배만을 위해 노력했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보수집단이 아니다. 범죄정당”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을 보수가 아닌 극우로 몰고, 민주당이 보수 지지층의 공간을 차지하려는 대선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역사에서 정체성 논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중도보수 정당’ ‘중도개혁 정당’ 같은 말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 지금 당 강령 전문은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계승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로 시작한다. 이 대표의 우클릭에 우려가 나온 것은 당의 기조인 ‘사회경제적 양극화·불평등 극복’을 위한 노동존중사회, 조세정의에 부합하냐는 문제제기였다. 그런데 이 대표가 당 정체성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한 것은 느닷없고, 적절치도 않다. 이 대표가 말하는 중도보수의 정체성이 뭔지도 불분명하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진보정당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야권에서의 민주당 위상과 역할을 감안하면 진보적 지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이 대표는 굳이 진보세력과 민주당을 분리하는 정체성 논쟁을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정책이 민주당의 가치 지향과 배치돼선 안 된다는 당 안팎의 지적을 돌아봐야 한다.

대선 주자라면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경제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계층·세대·지역 간 불평등·불균형·양극화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책을 제시하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이 대표가 말하는 실용주의도 이런 것일 테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진보냐·보수냐, 우클릭했냐·좌클릭했냐가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 한·미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 한·미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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