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갈까?
브렌던 웬젤 지음 | 김지은 옮김
올리 | 48쪽 | 1만5000원
본은 강아지고, 벨은 고양이다. 둘은 함께 산다. 이들에게 집 밖 세상은 궁금한 것투성이다. 오늘도 새로운 탐험에 나섰고, 둘은 다시 집으로 향한다. “잠깐이면 될 거야, 온종일 걸릴 수도 있고.” 마지막 페이지에 당도하면 알게 된다. 이 말이 곧 ‘스포’였다는 것을.
책은 본과 벨이 나란히 선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본은 진갈색의 비단결 같은 장발을 가졌고 호기심이 많다. 벨은 본의 절반쯤 되는 체구에 날렵하고 섬세하다. 다리 길이도, 꼬리 길이도 많이 다르지만 같은 속도로 첫발을 내딛는다.
매일 보는 하늘인데도 뭐가 그리 신기한지 구름 보랴, 새 보랴 두 눈이 바쁘다. 잠자리 날개 소리에 쫑긋하고, 나무 아래에선 둘이 코를 처박고 ‘킁킁’댄다. 이 둘, 해지기 전에 집에 갈 수 있을까.
“두꺼비가 풀쩍 뛰었어, 어디 가는 걸까?” 본은 덤불을 헤치기 시작한다. 벨은 풀숲을 가로질러 간다. 샛길을 통과하는 방법도 다르다. 본은 낮은 포복으로, 벨은 돌담 위를 질주하며 건넌다. 그렇지만 또 둘은 이내 같은 속도로 나란히 걷는다.
“잠자는 곰을 깨우고 말았어!…도망쳐!” 하지만 시련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컴컴한 동굴을 빠져나오니 비바람이 몰아친다. 둘은 햇볕을 찾아 신나게 달린다. 보송해진 털에 기분이 좋아진 것도 잠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서둘러야 해!”
저 멀리 불빛이 반짝인다. “드디어 집에 왔어…잠깐이었어, 온종일이기도 했고.” 본은 몸을 동그랗게 말아 벨을 품 속에 쏙 넣는다. 그리고 눈빛으로 말한다. 우리라서 좋았어.
‘다르다’는 게 함께할 수 없는 이유가 되지 않음을, 이 둘의 우당탕탕 여정은 귀엽게 증명해낸다. 에필로그가 있다면 벨이 본에게 이렇게 속삭일 것 같다.
따로 또 같이 그렇게 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