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장촌·콜라텍 그리고 지하철 역사 ‘달콤한 악몽’의 도시풍경

2006.02.23 17:43

최원준 작가의 ‘불야성 콜라텍’ (2005·위), 백원선의 ‘멈춤 0615’.

최원준 작가의 ‘불야성 콜라텍’ (2005·위), 백원선의 ‘멈춤 0615’.

곰 인형과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형광등 조명, 큼지막한 방석, 그리고 대리석 바닥 위의 싸구려 라이터와 두루마리 화장지가 이곳의 장소성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미아리텍사스 집창촌을 찍은 ‘텍사스 프로젝트’ 작품에는 번쩍이는 키치적 실내장식, 커튼 뒤에 가려진 음습한 뒷공간, 살짝만 보이는 컴컴한 계단이 공식처럼 등장한다. ‘콜라텍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중심에 자리잡고 빤짝이 조명과 사면의 벽거울, 그리고 싸구려 의자가 보이는 이 공간 역시 음습하고 수상한 냄새를 풍기기는 마찬가지다.

통의동 브레인팩토리와 관훈동 두아트갤러리 두군데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최원준의 사진전 ‘언더그라운드’라는 제목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물론 직설적으로는 지하철 역사를 찍은 그의 또다른 사진 시리즈를 의미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미아리 텍사스, 그리고 성인들의 춤바람 장소로 전락(?)한 콜라텍 시리즈도 포함한 제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진들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깨끗이 청소된 집창촌과 콜라텍, 그리고 공사가 막 끝난 지하철 역사의 사진은 아무도 없는 장면이기에 오히려 이곳에 올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 마치 드라마 세트장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에서는 금지된 일탈을 ‘연기’할 것이다. 관람객은 아마도 각자의 경험만큼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모습과 행위를 떠올릴 것이다. 그 일탈의 장소는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지하로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지하철만큼이나 우리의 일상에 속속 침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달콤한 악몽’의 세계처럼.

군대 시절 소위 ‘찍사’라는 보직을 통해 사진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일반인 출입금지’인 군대 공간을 찍기 시작한 것이 이런 공간에 대한 흥미로 이어졌다고 한다. 다음달 5일까지. (02)738-2522

〈이무경기자 lmk@kyunghyang.com〉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