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도를 부적이라 믿는 현실이 안타까워”

2013.10.13 22:10
김석종 선임기자

국내 달마도 대가 범주 스님 16일부터 천년 선묵화 고희전

“선묵화는 먹과 붓을 통해 선(禪)으로 들어가는 수행의 일환입니다. 손재주로 그림만 잘 그린다고 선화가 아니지요. 선 수행이 바탕이 된 맑은 마음으로 달마도를 그려야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도 맑아지는 겁니다.”

국내 달마도의 일인자로 꼽히는 범주 스님(70)은 달마도를 걸어두면 액운을 막아주고, 복을 불러들인다고 믿는 세태를 개탄했다.

그는 “선불교의 원조인 달마대사를 그린 달마도를 신묘한 효능을 가진 부적이라고 혹세무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탁한 마음으로 그린 달마에서는 탁한 기운이 나와 보는 이의 마음을 오히려 어지럽힌다”고 말했다.

선묵화 전시회를 여는 범주 스님의 선묵화 작업 퍼포먼스.

선묵화 전시회를 여는 범주 스님의 선묵화 작업 퍼포먼스.

범주 스님은 16~22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천년 선묵화 고희전’을 연다. 달마도를 비롯해 포대화상도, 한산습득도, 관음도, 승무도, 산수만행도(山水卍行圖) 등 선묵화와 수묵화 130여점을 선보인다. 스님이 개인적 인연으로 소장해온 서암·숭산·원담·일타 스님 등의 선서화 50여점도 내놓는다.

“수행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선화불이(禪畵不二), 선묵일여(禪墨一如)의 경지라야만 선묵화가 완성됩니다. 생각이 개입되면 이미 선화가 아닙니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이고 직관적인 세계를 담아야 훌륭한 선화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림 속의 달마대사를 닮은 듯한 범주 스님은 홍익대 미대 서양학과 출신이다. 대학 4학년 때 당대 최고의 선승으로 알려진 전강 선사를 만났다. “네가 그림을 잘 그린다니 나를 한 번 그려봐라.”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전강 선사가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그렸구나. 너는 당분간 그림을 그리지 마라.” 그는 1966년 화가의 꿈을 접고 인천 용화사에서 출가, 전국의 여러 선방을 옮겨다니며 참선에 전념했다.

10년간의 수행 끝에 그는 다시 붓을 들고 선묵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각지에서 포교 활동도 했고, 1989년 속리산 깊숙한 골짜기에 달마선원을 짓고 들어앉아 선묵화에 전념했다. 그는 작품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그림 위에 옻칠을 하는 것을 떠올렸고, 이렇게 완성한 작품을 ‘천년 선묵화’라고 이름 붙였다. 범주 스님은 전시기간 동안 매일 저녁 7시 ‘현대인의 깨달음을 위한 특별한 선강좌’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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