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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에 담긴 미술관의 ‘품격’

2018.06.12 20:48 입력 2018.06.12 20:49 수정

서울시립미술관 - 소장품·뉴커미션 만남…자연 소재·미디어아트작 속 산책

국립현대미술관 - 변월룡의 ‘…금강산’ 눈길…사진·영상 설치 작품도 볼거리

이홍덕, ‘카페’(1987).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이홍덕, ‘카페’(1987).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소장품은 미술관의 정체성과 전시 방향을 드러내는 척도다. 미술관이 작품을 사들이거나 기증받을 때 심사를 거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미술관들이 그해 어떤 작품을 소장품 목록에 올렸는지는 미술계에서 종종 화제가 되거나 비평 대상이 된다. 미술관의 성격과 수준·안목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그 지표는 한 해 한두 차례 여는 소장품전에서 드러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4일 개관 30주년 기념전 ‘디지털 프롬나드’를 개막한다. 앞서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작품 특별전 2010~2018’을 열었다. 한국 두 주요 공립 미술관의 가치와 지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한국 대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한국 현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전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소장품 중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최영림, 박생광, 김종학, 박노수, 이대원, 천경자, 최욱경, 김호득, 정서영, 이불, 김수자 등 30명의 작품(30점)을 골랐다. 4700여 소장품에서 뽑은 것이다. 시립미술관이 중점을 둔 것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작가들에게 의뢰한 ‘뉴커미션’ 작품이다. Sasa, 권하윤, 김웅용, 박기진, 배윤환, 이예승, 일상의실천, 조영각, 조익정, 최수정 등 10명의 작가에게 미술과 미술관, 소장품에 관한 재해석을 요청해 받았다.

‘디지털 프롬나드’라는 전시 제목에서 나타나듯 음성인식, AI 딥러닝, 위치기반 영상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동시대 미디어아트 작품이 많이 나왔다.

조영각, ‘깊은 숨’(2018).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조영각, ‘깊은 숨’(2018).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미술관의 의도와 잘 부합하는 작품은 조영각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작품 ‘깊은 숨’이다. 조영각은 산업용 로봇암인 수직 다관절 로봇으로 퍼포먼스를 보인다.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로 관람객과 전시장의 다른 작품을 촬영해 영상에 다시 투사해 보여주는 작품을 내놓았다.

전시 키워드는 ‘자연과 산책’이다. 소장품 중에서 두 열쇳말로 작품을 골랐다. 미술관은 전시장 내 관람 동선을 짜면서도 ‘산책’ 개념을 끌어들였다. ‘프롬나드(promenade)’는 산책의 불어다. 미술관은 서소문본관 2·3층과 계단과 복도에도 작품을 전시했다. 미술관은 “전시장과 계단, 복도를 거닐면서 미술관과 작품, 그 작품이 담고 있는 과거와 현재, 미래 속으로 산책하기를 제안한다”고 말한다. 전시는 8월15일까지.

지난 4월 개막한 ‘기증작품 특별전 2010~2018’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12월16일까지 열린다. 소장품은 주로 구입과 기증으로 이뤄진다. 작가가 기증한다고 무조건 받을까? 까다롭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규정에 따라 3인 이상의 전문가 심사위원이 작가와 작품의 미술사적 가치를 따진 후 소장 여부를 결정한다.

변월룡, ‘어느 흐린 날의 금강산’(1953).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변월룡, ‘어느 흐린 날의 금강산’(1953).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을 받은 작품은 지난 4월 기준 3765점이다. 전체 소장품 8140점의 46%다. 미술관은 2010년 이후 기증받은 작품 중에서 47명 70여점을 공개했다. 한반도 대화·평화 분위기에서 들여다볼 작가는 러시아에서 활동한 변월룡(1916~1990)이다. 북한 체류 때 그린 ‘어느 흐린 날의 금강산’ 등 8점이 나왔다. 미술관은 2016년 변월룡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열었다. 미술관은 그 전시 후 유족에게서 10점을 기증받았다.

박영숙, ‘미친년 프로젝트…’(2005).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박영숙, ‘미친년 프로젝트…’(2005).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크게 ‘회화’와 ‘사진’ 두 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회화 중에서는 서세옥, 오치균, 하종현 등 한국 주요 작가들 기증작이 출품됐다. 추상과 구상을 아우른다. 특별전의 포인트는 ‘사진’이다. 한국 근현대 대표 사진작가 최계복, 육명심, 주명덕, 구본창에 1세대 페미니즘 사진 작가 박영숙의 작품이 나왔다. 타자화되고, 억압당한 여성의 삶을 시각화한 ‘미친년 프로젝트’는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영상 설치 작품도 3점 나왔다. 문경원과 전준호의 프로젝트 ‘뉴스 프롬 노 웨어’(News from Nowhere) 중 영상 작품 ‘세상의 저편’(2012)은 배우 임수정과 이정재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세현, ‘Between Red 70’(2008).<br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이세현, ‘Between Red 70’(2008).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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