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다, 누가 무엇을 얻고, 누가 무엇을 잃는지…‘삶이 흐르는 강 MEKONG’ 전

2021.12.12 16:51 입력 2021.12.12 22:35 수정

메콩강은 중국 소수민족인 따이족이 지은 이름이다. ‘메남콩강’을 줄인 말로 ‘모든 강의 어머니’란 뜻이다. 발원지는 중국 티베트 고원이다. 중국,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흐른다. 4350㎞로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이다. 유역 인구는 6개국 6500만명이다. ‘개발’ 또는 ‘발전’이란 이름의 건설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곳이다.

라오스 댐붕괴 뒤 폐허가 된 건물 내 인형. 사진 윤지영. 피다 제공

라오스 댐붕괴 뒤 폐허가 된 건물 내 인형. 사진 윤지영. 피다 제공

“나의 마을이 지금 물 아래에 잠겨 있는데, 눈물에 (또) 잠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2018년 7월 세피안·세남노이댐의 보조댐 붕괴 참사의 희생자 말(발전대안 피다의 <강을 잃어버릴 사람들에게> 중)이다. 라오스 주민 49명이 사망하고, 22명이 실종됐다. 60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경을 맞댄 캄보디아 북부 지역도 5000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지원 사업이다. 한국 사기업 SK건설이 시공을, 공기업 한국서부발전이 운영·관리를 맡았다.

라오스 댐 붕괴 당시 수몰된 지역.  사진 이영란. 피다 제공

라오스 댐 붕괴 당시 수몰된 지역. 사진 이영란. 피다 제공

한국이 관련된 참사인데도, 메콩강 개발 문제는 주목받지 못했다. 물리적 거리 때문에, 강대국 영역을 ‘세계’로 보는 관점 때문에 잘 와닿지 않는다.

임종진 달팽이사진골방 대표는 “남의 나라 사정이니 메콩강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분별한 개발 문제는 큰 관심거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발전대안 피다 한재광 대표는 “한국 시민들은 메콩강 유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을 우리와는 다른 개발되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프놈펜의 메콩강변을 따라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이슬람교 어부의 모습. 사진 Sean channal. 피다 제공

프놈펜의 메콩강변을 따라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이슬람교 어부의 모습. 사진 Sean channal. 피다 제공

캄보디아 메콩강 주변 논에서 벼를 거두는 농부. 사진 임종진. 피다 제공

캄보디아 메콩강 주변 논에서 벼를 거두는 농부. 사진 임종진. 피다 제공

‘삶이 흐르는 강 MEKONG(메콩)’ 전은 임 대표와 발전대안 피다의 문제의식이 결합한 전시다. 한국 정부의 개발원조 사업을 감시하는 피다가 주최하고, 자신을 ‘사진 치유자’로 자리매김하는 임 대표가 기획했다. 메콩강 개발과 희생, 삶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다.

“메콩강에 지은 댐으로 생산된 전기는 강변의 어부 가족들에게 공급될까요? 댐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생긴 이익과 전력을 판매해서 생긴 수익은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돌아갈까요? 도시민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강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아도 괜찮은 걸까요? 강이 가지고 있는, 전력을 생산해내는 자원 이상의 다양한 가치들이 사라져도 괜찮은 것일까요? 우리는 ‘강’을 잃어도 정말 괜찮은가요?”

베트남 메콩강 유역 사는 어린이들. 사진 phan tam lam - anh. 피다 제공

베트남 메콩강 유역 사는 어린이들. 사진 phan tam lam - anh. 피다 제공

캄보디아 메콩강 유역에서 헤엄치며 노는 아이들. 사진 임종진. 피다 제공

캄보디아 메콩강 유역에서 헤엄치며 노는 아이들. 사진 임종진. 피다 제공

캄보디아 메콩강 유역 어린이들. 사진 조해인. 피다 제공1)

캄보디아 메콩강 유역 어린이들. 사진 조해인. 피다 제공1)

피다가 <강을 잃어버릴 사람들에게>에 적은 의문에 관한 답이 한국과 라오스, 미국,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 6개국 107명의 작품 281점에 담겼다. ‘풍경에 들다’ ‘강에 스미다’ ‘생을 살다’ ‘내일을 품다’ ‘안에 서다’ ‘상처를 입다’ ‘삶과 닿다’ ‘그저 바라보다’라는 제목의 8개 장으로 구성했다.

세피안·세남노이댐의 보조댐 붕괴 때 물에 휩쓸려갔을 어느 집 아이의 인형이 먼지가 쌓인 채 버려졌다. 쓰러진 나무들, 무너진 집들은 여전히 물에 잠겼다. 망연자실한 채 땅에 주저앉은 가족들의 모습이 ‘상처를 입다’ 장에 들어갔다.

라오스 메콩강 유역 풍경. 사진 Vilavouth Itthiphone. 피다 제공

라오스 메콩강 유역 풍경. 사진 Vilavouth Itthiphone. 피다 제공

캄보디아 메콩강 유역 풍경. 사진 이관석. 피다 제공

캄보디아 메콩강 유역 풍경. 사진 이관석. 피다 제공

참사 현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고발하려는 사진은 많지 않다. 물고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친구들과 노는 메콩강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라탄(Rattan) 바구니를 내린 채 쉬는 베트남-라오스 국경 지역 소수민족 여성들, 이름 모를 강어귀에 빨래를 너는 여성들을 볼 수 있다.

프놈펜의 메콩강변을 따라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이슬람교 어부들에게서 “돈은 환상에 불과하다. 물고기가 진짜다”라는 2013년 태국 팍문댐 반대 운동 참여자 우돔의 말도 상기할 수 있다.

캄보디아 메콩강 유역 풍경. 사진 임종진. 피다 제공

캄보디아 메콩강 유역 풍경. 사진 임종진. 피다 제공

환한 표정으로 장난치며 하교하는 캄보디아 초등학생 등 어린이를 담은 사진들이 희망과 미래에 관한 이미지라는 점에서 ‘삶이 흐르는 강’ 기획 취지를 가장 잘 말하는 듯하다. 전시는 ‘지금, 메콩강’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개발로 누가 무엇을 얻고, 누가 무엇을 잃는지’에 관한 명징한 답 같기도 하다. 일몰과 일출 때 메콩강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도 전시의 한 축이다.

임 대표는 “메콩강의 존재적 의미를 전함과 동시에 이 강을 벗하여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지속적인 안녕에 대한 바람을 한데 모은 전시”라고 말한다.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에서 15일부터 2022년 1월15일까지. 무료.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