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일까… 다양한 해석들

2015.05.19 21:13 입력 2015.05.19 21:26 수정

공자의 <논어>는 책을 넘어선 책이다. 동아시아에서 <논어>는 학문의 대상이자 치세의 원칙, 삶의 지침이었다. 유가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논어> 번역본과 이를 변주한 책들이 나오는 까닭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로부터 200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 우리 시대에 <논어>는 어떤 의미일까. <논어>를 공부해온 이들의 생각을 살펴봤다.

‘논어’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일까… 다양한 해석들

■ 신영복 석좌교수 - 통일담론으로서의 ‘논어’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고전에서 시대의 문제의식을 읽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전 전공자들은)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자구에 매달려 무슨 의미냐를 살핀다”며 “그런 독법이 아니라 역사나 고전을 사회적 관점에서, 우리 시대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으로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신간 <담론>(돌베개)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논어> 자로편의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란 구절을 현대적으로 해석, 평화와 공존의 정치사상을 읽어낸다. 신 교수는 ‘화’를 다양성을 존중하는 관용과 공존의 논리로, ‘동’을 지배와 흡수합병의 논리로 규정한다. 그래서 이 구절은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고 해석한다. 근현대에 들어서도 자신의 존재 논리를 배타적으로 관철시키는 ‘동’의 논리는 유럽 제국주의의 역사에서 오늘날 금융 위기까지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신 교수는 화동담론이 한반도의 통일담론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생각도 내비친다. 통일(統一)은 곧 통일(通一)이라고 믿는 그는 평화 정착·교류 협력·다양성의 승인이 통일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한다.

■ 김용옥 석좌교수 - 재즈 같은 ‘논어’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는 <논어한글역주>(통나무)에서 “<논어>는 유교의 이단서”라고 말한다. 유교를 절대적 권위 체계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논어>의 비권위적 성격이 당혹스러울 수 있다는 뜻이다. “<논어>는 시작도 끝도 없는 경구”이며 “계발의 단서”일 뿐이다. 그래서 <논어>는 끝없는 즉흥연주가 이어지는 재즈이자, 언어가 단절된 곳에서 피어나는 선(禪)이라는 것이다. <논어>의 핵심 개념인 ‘인’(仁)에 대한 해석도 그렇다. 도올은 “공자에게 인이란 결코 후대의 유자가 말하는바 구체적 덕목을 고정적으로, 실체적으로 지적한 바가 없다. 공자에게 인이란 정의불가능한 것이며 한정불가능한 것이며, 오직 삶의 유동적 현실 속에서만 끊임없이 느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자의 인은 인성론적인 개념인 동시에 우주론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 배병삼 교수 - 에고를 부수는 ‘논어’

정치학자인 배병삼 영산대 교수는 ‘인’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한다. ‘안연’편에서 공자는 인을 ‘극기복례’(克己復禮)로 정의했다. 이는 통상 “자기를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하지만 배 교수는 최근 ‘문화의 안과 밖’ 강연에서 ‘나’는 “상대방을 수단으로 삼으려는 나, 자연을 사람을 위한 쓰임새로만 여기는 나”, 즉 ‘에고 덩어리’로 설명했다. 그래서 ‘극기’란 에고를 부수고 상대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이며, ‘복례’란 너와 나의 경계가 터지고 ‘우리’로 승화하는 과정이다. 즉 ‘인’이란 ‘함께 더불어 하기’라는 것이다. 이렇게 배 교수는 ‘사람다움’(仁)은 홀로, 따로 눈에 보이는 사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배 교수는 또 세간의 인상과 달리 ‘반가족주의’라 불릴 만한 증거도 많다고 말한다. ‘계씨’편에는 ‘우문군자지원기자야’(又聞君子之遠其子也)란 대목이 있다. 이는 “군자는 그 자식을 멀리함을 배웠노라”라는 뜻으로, 공자가 자신의 아들조차 사사롭게 대하지 않았음을 말한다. 서구에서 사적 영역으로 강조하는 가정에서도 공자는 공공성을 관철한 것이다.

■ 100종이 넘는 번역서 어떤 판본이 좋을까

<논어>의 번역서는 10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제는 원문의 충실성을 넘어 다채로운 해석을 강조하는 추세다. 동양고전연구가인 성백효 해동경사연구소장의 <논어집주>(전통문화연구회)는 충실한 직역으로 <논어>의 ‘입문서·교과서’라 불린다. 김형찬 고려대 교수의 번역본(홍익출판사)은 한자 원문을 책 후반부에 따로 수록, 한글에만 익숙한 초심자들이 막힘없이 읽어내려가기 좋다. 1970년대부터 동양 고전을 번역하는 데 앞장서온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의 번역본(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은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학자들이 공부하기도 좋다는 평이다. 고 김도련 국민대 교수의 <주주금석 논어>(웅진지식하우스)는 <논어> 이해의 기본인 주자의 해석과 함께 다산 정약용의 대안적 해석까지 소개했다. 절판됐다가 최근 재출간됐다. 배병삼 교수의 <한글세대가 본 논어>(문학동네)는 사회과학자의 안목을 곁들여 한글세대가 읽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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