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감시국가, 중국’, 안전하다는 믿음에 ‘자유’포기하는 사람들

2021.07.09 13:29 입력 2021.07.09 21:25 수정
문학수 선임기자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

가지타니 가이·다카구치 고타 지음|박성민 옮김|눌와|240쪽|1만3800원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은 사적인 영역에서 정부의 통치와 감시가 점점 커져가는 중국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책은 오늘날 중국 인민들이 자유와 인권보다는 “안전성과 편리성의 향상”을 추구하면서 감시사회를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은 사적인 영역에서 정부의 통치와 감시가 점점 커져가는 중국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책은 오늘날 중국 인민들이 자유와 인권보다는 “안전성과 편리성의 향상”을 추구하면서 감시사회를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감시사회 중국’의 면모는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감지된다. 일본인 저자들은 그 풍경을 “놀라움”이라고 표현한다. 보안 검색이 어느 국가보다 까다로울 뿐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엑스레이로 수하물을 검사”하고, “고속철도를 타려면 신분증 제시는 필수”, 게다가 “전국의 거리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2020년 기준으로 6억원대에 육박”했다는 것이다. “메시지, 택시호출, 배달대행 등의 앱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휴대폰 인증이 필요”하며, “인증한 휴대폰 번호는 신분증과 여권에 연결돼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도)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네트워크 안전법 제28조’에 따라 국가가 이 모든 정보를 총괄한다. 가령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당과 정부의 시각에서 내용이 불온해 보였다면 “바로 신원 조회를 당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겹겹의 감시 체계보다) 더욱 놀라운 것”이 있다. 저자들은 “대다수 중국인들이 불만을 품기는커녕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 놀라움은 두 저자가 ‘일본인’이어서 더 클 수 있다. 이를테면 “일본인들은 국가에 정보를 건네주기 두려워하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으며, “정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서로 연결하는 일에 저항감이 매우 크다”. 저자들은 “20세기 전반에 아시아 및 태평양에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 그리고 패전 후의 경험”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지금도 일본은 “국가가 개인정보를 직접 관리하는 체계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짐작하듯이, 코로나19 방역에서 일본과 중국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이런 지점과 관련이 없지 않다. “(중국은) 도시를 봉쇄하고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개인정보를 기록하며 감염 대책을 실행”할 수 있었다. 저자들은 “개인정보를 활용한 철저한 대책은 외국인을 포함해 중국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시사회 중국’에 대한 국제적 비판도 일정 부분 힘을 잃었다. 책에 따르면 갤럽 인터내셔널이 2020년 3월에 30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인권을 어느 정도 희생해도 괜찮다”라는 항목에서, “이탈리아에서 93%, 프랑스에서 84%, 전체로는 75%의 응답자가 찬성했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두 저자는 오늘날 중국 인민들이 자유와 인권보다는 “안전성과 편리성의 향상”을 추구하며, 그 안에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행복을 원하기 때문에 감시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 밑바닥에는 중국 사회의 공리주의적 세계관, 즉 “결과로서의 행복에 중점을 두는 사상”이 깔려 있다. 여기에 “기술이 주는 미래상에 대한 낙관론”이 결합돼 있다. 물론 중국인들도 “프라이버시가 가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검색엔진 바이두의 창업자 리옌훙이 말했듯이, “(중국인들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이용하도록 허락하는 대신 편리한 서비스를 얻는 데 적극적”이다. 게다가 중국 IT기업들은 개인정보를 많이 제공할수록 ‘득이 크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선전하면서 실제로 그렇게 한다. 예컨대 “알리바바 그룹이 제공하는 신용점수인 ‘즈마신용’은 이용자의 금융 능력을 점수로 평가”한다. 제공하는 정보가 많을수록 “편리한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융자나 분할 납부”에서 유리해진다.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 안전하다는 믿음에 ‘자유’포기하는 사람들

책에 따르면, 디지털을 활용한 중국공산당의 통치기술은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민들로 하여금 감시받고 있음을 최대한 느끼지 못하게 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여론을 통제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정부에 비판적인 게시글을 삭제할 때는 ‘불가시화’라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작성자 본인에게는 평소처럼 글이 보이지만 다른 이용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게임화’라는 검열 방식도 있다. 예컨대 중국의 SNS 웨이보에는 신용점수가 존재하는데, 정부의 관점에서 글이 부적절하다면 감점을 당하고 팔로, 노출에도 제한을 받는다. 반면에 다른 사용자의 ‘부적절한 글’을 신고하면 신용점수를 올려준다. 이처럼 “자발적 검열과 여론 통제”를 유도한다.

‘안전한 사회’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인민에게 준 것이야말로 “통치기술의 가장 큰 성과”다. 이를테면 ‘중국천망’은 “도시에 AI화, 네트워크화된 감시카메라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2017년 선전시 룽강구에서 유괴사건이 벌어졌는데, 화웨이가 구축한 감시카메라망 덕분에 24시간도 되지 않아 아이는 부모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일상적으로 유괴가 벌어지는 중국”에서 “이 사건은 상징적”이었다. 같은 해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인구 10만명당 살인 건수가 0.81건밖에 없어 살인 발생 건수가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저자들은 이런 식의 보도가 “정부의 선전 활동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중국에서 살인이나 폭력 범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책에는 “디지털 기술과 선택 설계로 만든 ‘멋진 신세계’”라는 부제가 달렸다. 저자 가지타니 가이는 고베대학 경제학연구과 교수, 다카구치 고타는 저널리스트다. 물론 오늘날의 중국 인민 전부를 ‘안전하고 편리하다면 자유를 포기해도 좋다’는 프레임에 가둘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저자는 ‘도구적 합리성’의 위험을 일관되게 경고하면서, ‘행복한 감시국가’의 문제가 꼭 중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시민을 감시하는 기술이나 제도를 도입하는 거의 모든 국가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는 과연 어떤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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