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들어온 인문학 “내 삶이 풍성해졌어요”

2022.11.18 18:21 입력 2022.11.22 11:31 수정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논설위원

<1> 지역문화의 거점이 되다

동네 도서관에서 유명강사의 강의를 듣고 지역 탐방도 떠나고, 미술관·숲길도 걷고, 책도 써 보고, 각종 영상언어를 배우고 실습도 한다.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먹거리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고 지역에서 환경보호 봉사활동도 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과 동아리도 만든다. 부쩍 활기를 띠고 있는 도서관의 변신, 그 중심엔 10년을 맞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있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10년]일상으로 들어온 인문학 “내 삶이 풍성해졌어요” 이미지 크게 보기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2013년 지역의 다양한 인문 자원들을 발굴해 인문학 강연을 듣고 주제에 맞는 탐방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강연으로 배웠던 것들을 실제로 가서 보고 생생하게 체험하면서 인문학이 삶 속으로 확장됐다. 현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발적인 후속모임이 꾸려지고, 함께 소통하고 배우는 기쁨으로 가지를 뻗어갔다. 공공도서관이 지역문화시설의 거점 역할로 꽃을 활짝 피우게 된 계기였다.

초창기엔 ‘전통적인’ 인문학으로 꼽히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위주의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참여자들의 관심사와 요구를 반영하며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삶과 관계된 모든 것들이 인문학이라는 생각이 확산하며 과학, 경제, 예술까지 주제 범주가 넓어져, 4차산업혁명, 기후위기, 건강, 미래 세계에 대한 강의와, 영화·건축·문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프로그램들도 등장하고 있다. 형식 면에서도 탐방뿐 아니라, 책이나 동영상 등 결과물 제작, 봉사활동 결합, 각종 실습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오히려 한 단계 도약했다. 각자의 공간에 고립돼 있던 비대면 사회에서 도서관은 유튜브, 줌 강좌 등의 서비스를 적극 확장하며 공동체를 정서적으로 보듬는 보루 역할을 해 냈다. 어려움 속에서도 다양한 온라인 방식을 이용해 끝까지 프로그램들을 이어갔다.

처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손자와 손녀에 이끌려 조부모와 함께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글이 써지고 집안 분위기도 부드러워졌다고 좋아하는 할아버지, 평생을 살아온 곳에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가 있었는지 몰랐다며 뿌듯해하는 지역 소도시 시민, 고전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같이 책 읽을 친구들과 동아리가 생겨 기쁘다는 참여자….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으로 시민과 공동체의 삶이 풍성해지고 있다.

2013년 121개 프로그램에 2만여명이 참여하며 시작된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이제 해마다 300~400개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1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도서관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공식 홈페이지(www.libraryonroad.kr)에서 전국 방방곡곡에 실핏줄처럼 뻗어 인문학의 진수를 전달하는 300여개 프로그램을 검색할 수 있다. 이달 말부터 연말까지는 온라인 강좌 <내 방에서 만나는 일상의 인문학> 6편이 업로딩될 예정이다. 오는 23일에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의 10년간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을 얘기하고, 우리 사회의 인문생태계는 어떤지를 살펴보는 인문학 포럼도 열린다.

한국도서관협회 남영준 회장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지역 주민의 만족도가 높은 사업으로 10년 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문학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누구에게나 쉽고 즐거운 인문학을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의 일상이 행복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10년을 맞아 의미 있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나와 세상을 새롭게 만난 참여자들의 소감을 전하는 기획기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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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10년]일상으로 들어온 인문학 “내 삶이 풍성해졌어요”

올해 10년째를 맞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전국 지역 도서관들이 거점이 되어 인문학을 개인과 공동체 속으로 확산시킨 계기가 됐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청주 오창도서관,  울주 도서관, 문막교육도서관, 의성 군립도서관, 구례군 매천도서관, 동국대 중앙도서관이 진행한 프로그램 장면. 한국도서관협회 제공. 이미지 크게 보기

올해 10년째를 맞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전국 지역 도서관들이 거점이 되어 인문학을 개인과 공동체 속으로 확산시킨 계기가 됐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청주 오창도서관, 울주 도서관, 문막교육도서관, 의성 군립도서관, 구례군 매천도서관, 동국대 중앙도서관이 진행한 프로그램 장면. 한국도서관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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