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의 마들렌
베티 본 지음 | 신유진 옮김
알마 | 60쪽 | 2만3000원
“나는 마들렌 한 조각을 녹인 차 한 모금을 입으로 가져갔다.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온몸을 떨면서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특별한 일에 주목했다. …이토록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마들렌 효과’ ‘프루스트 현상’이란 말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맛이나 냄새 등을 통해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설명하는 말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대표적 장면에서 유래했다.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맛보는 순간, 미각을 통해 어린 시절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경험을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20세기 세계문학사의 걸작으로 꼽히지만 7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뚜렷한 줄거리 없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 때문에 완독한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그림작가·그래픽 디자이너 등으로 활동하는 베티 본의 <프루스트의 마들렌>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가는 길에 놓인 높은 허들을 치워버리고, 프루스트의 아름다운 문장의 정수를 이미지와 함께 알기 쉽게 전달한다.
본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권인 <스완네 집 쪽으로>에서 고른 세 장면을 그래픽 아트로 표현했다. 첫 장면은 당연히 ‘마들렌’ 장면이다.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를 입에 넣는 순간, 기쁨과 함께 추억이 몰려오는 장면을 본은 통통 튀는 원색의 색감과 그래픽 스타일의 그림으로 감각적으로 묘사한다.옛 기억으로 가는 문을 연 마들렌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