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전설의 ‘수한무’ 코미디

2016.08.29 15:33 입력 2016.08.29 16:42 수정

이름이 길기로 유명한 이는 입체파 화가 피카소다. ‘파블로 디에고 호세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후안 네포무세노 마리아 데 로스 로메디오스…루이스 피카소(Pablo Diego Jose Francisco de Paula Juan Nepomuceno Maria de los Remedios Cipriano de la Santisima Trinidad Ruiz y Picasso)이다.

지금까지도 17단어인지 20단어인지 여러 설이 있을 정도다. 이제는 아버지의 성(루이스)는 온데간데 없고. 파블로와 피카소(어머니의 성)만 남았다. 하느님과 조상의 축복을 받으라고 온갖 성인과 친지 이름을 다 붙여놓았다. 피카소처럼 진짜는 아니지만 코미디 소재로 쓰인 긴 불멸의 이름이 하나 있다.

‘배(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드셀라 구름위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다. 197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구봉서·배삼룡 콤비가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지금 폭넓게 알려진 김수한무가 아니라 배수한무라 철석같이 믿고 있다. 구봉서가 배삼룡의 아들에게 ‘오래 살라’고 지어준 이름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있다면 일러줬으면 좋겠다.

[여적]전설의 ‘수한무’ 코미디

각설하고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와 두루미는 물론이고 삼천갑자(3000X60), 즉 18만년을 살았다는 동방삭에, 구약성서의 인물로 969년을 살았다는 무드셀라까지 집어넣었다. 한가지 조건이 있었으니 어느 상황에서도 풀네임을 불러야 한다는 무병장수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 아들이 물에 빠지자 비극이 일어났다. 위급상황인데 72자에 달하는 이름을 다 부르고, 다시 그 이름이 맞냐고 확인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자세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아 글쎄, ‘배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 센터…’가 물에 빠졌대.”

“뭐? ‘배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 센터…’가 물에 빠졌다고?”

“그렇다네. 아니 그런데 ‘배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이가 어떻게 빠졌대?”

“아 글쎄, ‘배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이는 이러저러해서 빠졌다는구만.”

‘무한한 수명’을 뜻하는 ‘수한무(壽限無)’는 일본에서도 만담으로 폭넓게 전해졌다. 스님이 장수를 기원하는 이름을 여럿 일러주었는데, 아버지가 고민을 하다가 가르쳐준 이름을 모두 붙였다는 것이다. 입학식 날에 자고 있던 아들을 깨우려고 이름을 불렀는데, 그 사이 여름방학이 되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무한한 수명’을 뜻하는 ‘수한무(壽限無)’는 일본에서도 만담으로 폭넓게 전해졌다. 스님이 장수를 기원하는 이름을 여럿 일러주었는데, 아버지가 고민을 하다가 스님이 가르쳐준 이름을 모두 붙였다는 것이다. 물에 빠져 죽는다는 설정이 좀 과했는지 다른 버전도 생겼다. 입학식 날에 자고 있던 아들을 깨우려고 이름을 불렀는데, 그 사이 여름방학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수한무…’ 코미디의 백미는 역시 구봉서·배삼룡 콤비이다. ‘수한무…’의 긴 이름을 리듬에 맞춰 불렀던 두 사람의 ‘웃픈 코미디’는 불멸의 전설이다. 최근 별세한 구봉서 코미디언은 생전에 ‘가장 행복한 사람은 나’라 했다. 배고픈 시절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수한무…’ 72자 이름을 리듬에 맞춰 불러보며 ‘구봉서 덕분에 눈물나게 웃었던 추억’에 잠시 젖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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