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의 사적인 대화를 소설에 무단으로 인용했다는 논란을 빚은 소설가 김봉곤(35)이 올해 수상한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반납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김 작가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과 피해에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의 소설로 사생활이 공개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지인 ㄱ씨와 ㄴ씨에 대해서도 “고유의 삶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채 타인을 들여놓은 제 글쓰기의 문제점을 ‘다이섹슈얼’님(ㄱ씨)과 0님(ㄴ씨)의 말씀을 통해 뒤늦게 깨닫고 이를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단행본 <여름, 스피드>와 <시절과 기분>을 모두 판매 중지하겠다. ‘그런 생활’에 주어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반납하겠다”며 “앞으로도 이 문제를 직시하며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김 작가는 올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단편 ‘그런 생활’에 지인과의 카카오톡 대화를 무단으로 인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이후 그의 첫 번째 소설집인 <여름, 스피드>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 ‘여름, 스피드’에서도 지인이 보낸 메시지를 동의없이 그대로 옮겨 썼다는 또 다른 피해자의 주장이 나와 파문이 커졌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오토픽션’을 주로 써온 김 작가는 ‘퀴어 서사’로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아 왔다.
앞서 ‘그런 생활’에 ‘C누나’로 등장하는 ㄱ씨는 소설의 사생활 침해 문제를 들며 문학동네에 김 작가의 젊은작가상 수상 취소 등을 요구했지만, 문학동네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출판사와 작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문학동네는 지난 17일 ‘그런 생활’이 수록된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과 <여름, 스피드>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출판사 창비도 같은날 ‘그런 생활’이 수록된 두 번째 소설집 <시절과 기분>의 판매를 중단했다.
문학동네는 21일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문학동네는 서점에 남아 있는 두 책의 재고를 전량 회수하고 <여름, 스피드>를 구입한 독자들에게 환불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소설 ‘그런 생활’을 삭제하고 그 경위를 담은 개정판을 수상 작가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 재출간하겠다고 했다. 수상작품집에는 ‘그런 생활’ 외에도 올해 대상 수상작인 강화길의 ‘음복’을 비롯해 6편의 수상작이 수록돼 있다. 지금까지 판매된 작품집 9쇄 9만부 전량은 개정판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할 예정이다.
문학동네는 “젊은작가상은 젊은 비평가들의 선고심을 거쳐 3배수의 작품을 본심에 올리고 그 중 7편의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이라며 “심사의 독립성을 전제로 등단 10년 이하 작가가 발표한 모든 중·단편을 심사 대상으로 해왔으나,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제기된 비판에 귀를 기울여 젊은작가상 운영에 대해 다시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피해자를 중심에 두지 않고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하며, ‘그런 생활’의 수정 및 수정 사실 고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추가 조치에 대해 논의하던 중 김봉곤 작가가 젊은작가상 반납 의사를 밝혀 왔다. 이에 관련 사실을 모둔 심사위원들에게 알렸고, 심사위원들은 젊은작가상 반납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문학동네는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크게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