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유가 필요해’ 집부터 넷플릭스까지 나눠쓴다

2022.01.15 08:00 입력 2022.01.15 08:21 수정

거주 공간부터 OTT 사이트까지,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을 위한 각종 공유 서비스·중계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거주 공간부터 OTT 사이트까지,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을 위한 각종 공유 서비스·중계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도,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해도 사회적 동물의 공존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여러모로 혼자 살아가기 엄혹한 시대에 심리적·경제적 혹은 특별한 사정으로 다른 이와 손을 맞잡고 싶을 때, 신뢰와 안전을 바탕으로 만남의 장소를 열어주는 플랫폼이 속속 생기고 있다. 이제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사이트로 거주 공간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아이디까지 함께하는 ‘공유불가결’의 시대가 왔다.

공유주택 앱 ‘룸프렌즈’는 라이프 스타일 프로필 공유로 나와 잘 맞는 하우스 메이트를 매칭한다.

공유주택 앱 ‘룸프렌즈’는 라이프 스타일 프로필 공유로 나와 잘 맞는 하우스 메이트를 매칭한다.

■집부터 ‘넷플릭스’까지 공유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가구 유형 중 3분의 1(31.7%)이 1인 가구다. 소유보다는 공유를 통해 효율적인 지출을 하고 가치와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공유주택 형태의 셰어하우스 주거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룸프렌즈’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공유하려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단순히 거주지, 예산 정도의 정보로 룸메이트를 매칭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잘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친구를 찾아준다.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흡연 여부나 반려동물 동거 여부,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 이용자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 정보를 꼼꼼하게 등록해야 ‘하우스 메이트’를 찾을 수 있다.

‘룸프렌즈’를 만든 장은주 대표는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1인 가구가 되어 기숙사부터 원룸, 셰어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했다. 혼자 살면서 집에 문제가 생기면 늘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좁은 방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 불편을 느끼기도 했다. 앞으로 1인 가구는 계속 늘어날 텐데 홀로 살아가지 않고 ‘따로 또 같이’ 살아가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국내 셰어하우스 시장은 지난 5년간 26배 성장했고 현재 얼리 스테이지에 속한다”며 “주거 공유 시장은 단순히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주거 관련 서비스, 라이프 스타일 공간 등과 접목되며 다양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룸프렌즈’에는 현재 전국의 900여개 거주공간과 1만3000여개의 이용자 프로필이 등록되어 있다. 공간 제공자와 입주자 간 정보의 비대칭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세한 매물 정보, 계약서 인증, 대화 만족도, 거래현황 기록 등을 공개해 신뢰도 높은 거래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여성 전용, 남성 전용으로 셰어하우스 매물을 구분하고 있으며, 불건전한 목적의 이용자를 거르기 위해 동성 매칭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집 구하는 과정을 어려워하는 ‘새내기 독립인’을 위한 <MZ세대를 위한 한 권으로 끝내는 자취방 구하기>를 텀블벅 펀딩을 통해 출간하는 등 세심한 서비스를 겸하는 것도 ‘룸프렌즈’만의 특화된 서비스다.

OTT 등 각종 온라인 서비스 공유 사이트 ‘벗츠’는  “OTT 업체와 분쟁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OTT 등 각종 온라인 서비스 공유 사이트 ‘벗츠’는 “OTT 업체와 분쟁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플러스에 이어 HBO맥스의 국내 진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글로벌 OTT의 콘텐츠 공세가 거세다. 화려한 라인업에 현혹돼 하나하나 가입하다 보면 매월 나가는 구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대부분의 OTT가 4~5인이 서로 다른 디바이스로 동시 시청 가능한 요금제를 내놓다 보니 타인과의 공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친구’의 순수한 우리말 ‘벗’과 복수형 S를 합쳐 만든 ‘벗츠’는 OTT 서비스 아이디를 공유하고 비용을 나눠 결제하는 구성원을 맺어주는 공유 구독자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벗츠’ 김시진 대표는 “1인이 시청할 경우 감당해야 하는 높은 금액이 부담되기도 하고, 나머지 3인에 대한 시청 권한이 낭비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벗츠’를 구상할 당시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중고사이트 등에서 함께 시청할 인원을 모집하는 글들이 활성화되는 시점이었다. 불특정 다수라는 맹점으로 ‘먹튀’ 사건도 흔하게 발생하는 것을 보고 2019년 ‘벗츠’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벗츠’는 다수가 그룹을 이뤄 유료 결제를 해야 하는 만큼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보호, 이용 중 서비스 문제 해결, 약속된 기간 이용 보장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파티원(참여자) 닉네임 외에 정보 노출은 제한하되, 파티장(공유 주최자)은 본인 인증이 완료된 사람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용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모임을 원활하게 주도한 횟수에 따라 등급이 올라가는 파티장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의견 차이로 인해 파티 내에서 다툼이 생겼을 경우에는 댓글톡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티장과 소통하도록 하고 있다. 파티장의 관리 부실로 발생한 문제가 24시간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벗츠’가 100% 환불하는 식으로 안전망을 구축했다.

예를 들어 4명이 동시 접속 가능한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제의 파티원을 구할 경우, 1인 한 달 1만7000원인 이용 요금이 두 달에 4000원대로 낮아진다. 소비자에게는 이득이지만, OTT 업체에서 이를 눈감고 넘어갈까. 국내외 OTT 업체의 약관은 계정을 공유하거나 재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타인과의 아이디 공유가 엄밀히 보면 합법은 아닌 셈이다. ‘벗츠’ 개발자들은 “약관과 현실의 공존 문제는 남겨진 숙제”라며 “OTT의 공유 정책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소비 형태는 바꿀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현재 OTT 서비스 업체 상당수가 중복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중복되지 않는 일부 서비스 이용을 위해 여러 업체를 이용해 추가 결제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한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OTT 서비스 업체의 담당자들이 지속적으로 광고나 제휴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OTT 업체와 분쟁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이웃간 거래나 도움을 나눌 수 있는 지역기반 앱이 세분화되어 늘고 있다. 각종 심부름 앱 ‘해주세요’와 반려견 돌봄 및 친구 매칭 앱 ‘퍼피유’.

1인 가구의 증가로 이웃간 거래나 도움을 나눌 수 있는 지역기반 앱이 세분화되어 늘고 있다. 각종 심부름 앱 ‘해주세요’와 반려견 돌봄 및 친구 매칭 앱 ‘퍼피유’.

■1인 가구 시대, 도움을 나눈다

“몸이 너무 아파서 약 좀 사다주세요.” “바퀴벌레 한 쌍이 출현했습니다. 제발 잡아주세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화제가 된 거래 제안 글이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까운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1인 가구의 사례는 조현영 대표가 심부름 거래 앱 ‘해주세요’를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조 대표는 “예전 같으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심부름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꺼려졌을 테지만, 1인 가구가 늘면서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닥친다. 또한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와 재택근무가 늘고 한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일을 동시에 맡는 ‘N잡러’가 증가하면서 심부름 앱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돌봄이나 집안일, 이사 등 인력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은 기존에도 존재했다. 심부름 앱 ‘해주세요’는 ‘스펙트럼’ 면에서 차별화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심부름업체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는 헬퍼를 처음부터 수십명씩 고용해 트레이닝하다 보니 운영이 쉽지 않았던 반면 ‘해주세요’는 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다 보니 자신의 능력껏 배달부터 이사, 청소, 벌레잡기까지 할 수 있어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기반 앱이라 실시간 근거리에 있는 사람 간 매칭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개인 간 서비스 거래이고 심부름이 집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보니 이용자와 헬퍼의 신분 확인은 필수다. ‘해주세요’는 신분증을 통한 본인 확인, 동일한 예금주의 계좌번호 인증, 본인 사진 확인까지 3단계 헬퍼 인증 단계를 거친다. 여기에 ‘해주세요’ 교육 자료 시청 및 테스트를 통과해야 헬퍼로 활동할 수 있으며 헬퍼 활동 중 규정을 위반하거나 부적절한 언행이 적발되면 활동이 정지된다.

혹 술이나 담배를 대신 사달라고 하는 미성년자나, 부적절한 심부름을 요청하는 이들을 제대로 차단할 수 있을까. 조 대표는 “담배, 주류 심부름 요청도 분명 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헬퍼는 반드시 대면으로 고객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용자가 신분증 공개를 꺼릴 경우 즉각 서비스를 중단한다. 반대로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는 헬퍼에 대해서도 예외는 없다”고 설명했다.

‘해주세요’ 앱에는 “대기 줄서기, 선물 심부름 등으로 3일 동안 8만원을 벌었다”는 경험담부터 “동네 호떡을 사다 달라는 심부름을 부탁드렸는데 문을 닫았다며 옆동네까지 가서 사다 주셨다”는 훈훈한 후기도 발견된다. 동네 기반이다 보니 ‘미담’ 공유도 빠른 편이다. 조 대표는 “서울에 사는 아내가 지방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된다며 남편이 거주하는 집 초인종을 눌러달라고 했던 요청이 기억에 남는다”며 “‘해주세요’의 장점은 사는 지역과 상관없이 어느 지역이든 심부름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 기반으로 ‘특별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앱도 있다. ‘퍼피유’는 ‘퍼피 매칭’으로 강아지 친구를 구할 수도 있고 강아지 보육에 필요한 정보와 관련 지식을 공유하는 반려인들의 소통 창구다. 지역 기반 앱이라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려동물을 맡아주거나 대신 산책시켜줄 ‘히어로’라고 불리는 이웃을 구할 수도 있다. 출시 6개월에 불과하지만, 벌써 1000건 이상 매칭을 성사시켰으며 가입회원도 5만명에 이른다.

다만 강아지 다툼이나 물림과 같은 사고 등 매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나 갈등에 대해 ‘퍼피유’가 나서서 중재하지는 않는다. ‘퍼피유’ 임정곤 총괄이사는 “개인 간 자유롭게 거래하는 무료 플랫폼이라 사고에 대한 개입은 없지만 앞으로 애스크로 기능을 도입해 개인 간 거래의 안전성 및 보험 가입 등을 통한 보상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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