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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SNS ‘본디’의 14일 천하···“내가 가입하니 다 탈퇴하고 나만 남았네”

2023.02.20 13:50 입력 2023.02.20 19:55 수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본디의 채팅방에서는 앉거나, 서거나, 기분을 표현하거나 춤을 추거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본디 갈무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본디의 채팅방에서는 앉거나, 서거나, 기분을 표현하거나 춤을 추거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본디 갈무리.

아바타로 소통하는 메타버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어플리케이션(앱) ‘본디’의 인기가 빠르게 뜨거워졌다 빠르게 식고 있다. 본디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구글 플레이에서는 11일부터 18일까지 국내 무료 어플 마켓에서 1위를 차지하며 1~2주간 ‘핫한’ 어플로 떠올랐다가 곧 순위권에서 벗어났다. 이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이용자들의 ‘탈퇴 러시’가 이어졌다. 본디가 핫하다는 것을 비교적 늦게 알고 가입한 사용자들은 갑자기 친구들이 우르르 탈퇴해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도 했다.

‘본디’ 무슨 앱일까···“싸이월드·인스타그램·카카오톡 합친 것 같은 귀여운 SNS”

어플리케이션 ‘본디’를 통해 기자가 만든 아바타(왼쪽)과 꾸민 방(오른쪽) 이미지. 방 오른쪽 벽에 친구가 남긴 노란색 쪽지가 붙어있다. 본디 갈무리. 이미지 크게 보기

어플리케이션 ‘본디’를 통해 기자가 만든 아바타(왼쪽)과 꾸민 방(오른쪽) 이미지. 방 오른쪽 벽에 친구가 남긴 노란색 쪽지가 붙어있다. 본디 갈무리.

‘본디’는 ‘찐친(진짜 친구)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를 표방했다. 모바일로만 이용할 수 있고 한국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 태국어, 필리핀어 등으로 서비스된다. 처음 가입하면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 찰흙인형처럼 생긴 캐릭터를 피부색부터 눈, 코, 입, 귀, 옷, 손에 드는 아이템을 골라 설정한다. 싸이월드처럼 캐릭터가 지낼 방도 인테리어할 수 있다. 정육면체 모양의 방에 벽지, 장판을 바르고 가구와 소품을 놓는다. 친구들은 서로의 방을 방문해 쪽지를 남길 수 있다. 싸이월드의 방명록 같은 기능이며, 방 벽에 붙은 포스트잇 형태로 나타난다. 메타버스 열풍을 일으켰던 서비스 ‘제페토’는 모르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반면, 본디는 익명의 상대와 만날 수 있는 기능이 매우 제한적이고 친구도 최대 50명까지만 맺을 수 있는 등 비교적 폐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본디에서 기자가 만든 아바타가 ‘커피 수혈중’ 상태다. 본디 갈무리.

본디에서 기자가 만든 아바타가 ‘커피 수혈중’ 상태다. 본디 갈무리.

상태를 표현하고 친구들과 교류하는 기능이 다양하다. 기본 홈인 ‘스퀘어’에 들어가면 자신의 아바타와 친구들의 아바타가 배경 위에서 움직인다. ‘기뻐요’ ‘죽겠어요’ ‘설레요’ 등의 기분, ‘식사 중’ ‘드라마 시청 중’ ‘업무 중’과 같은 상태를 고르면 아바타로 모습이 나타난다. ‘자는 중’을 선택하면 아바타가 잠옷을 입고 침대 위에 눕고, ‘커피 수혈 중’을 선택하면 책상에서 업무를 하는 아바타가 커피를 링거처럼 코에 꽂고 있는 식이다. 친구들은 이 상태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말풍선처럼 위에 띄울 수도 있고, 사진을 첨부할 수도 있다. 친구의 캐릭터를 두 번 누르는 ‘찌르기’를 통해 친구에게 알림을 보낼 수도 있다.

카카오톡 같이 채팅으로 친구와 대화할 수도 있다. 대화방 아래 쪽에는 대화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캐릭터가 나타난다. 대화를 하면서 캐릭터의 움직임을 통해 ‘반함’ ‘부끄러움’ ‘무서움’ 등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함께 춤을 추거나 맥주를 마실 수도 있다.

기능이 많다보니 이용자마다 주로 사용하는 기능도 다르다. 학생들과 얘기하다 본디의 존재를 알았다는 교사 이모씨(30)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해서 시작했다”며 “단체 대화방을 자주 이용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친구들의 상태에 반응하는 용도로도 자주 쓰고 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비슷한데 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본디가 본격 유행하기 전인 1월 초부터 본디를 이용하면서 주변에 전파했다는 김민지씨(27)는 “본디의 매력은 너무 귀엽다는 것이다. ‘귀여움이 쓸모’인 이 시대에 먹힐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구의 방에 방문해 쪽지를 남기거나 친구와 채팅하는 기능을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요즘 SNS에는 다수의 친구들이 올린 게시물이 보고 싶지 않아도 노출된다. 본디는 직접 친구의 방에 방문해야 방을 볼 수 있고, 거기에 쪽지를 남길 수 있다”며 “직접 선택해 그 사람의 방에 찾아간다는 점이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송나은씨(30)는 기분과 상태에 따라 아바타나 방을 자주 바꾼다. 송씨는 “방 꾸미기와 캐릭터 꾸미기 기능이 마음에 든다. 싸이월드와 카카오톡을 합쳐 놓은 느낌”이라며 “좀 더 아이템이 다양해지고 직접 꾸미는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늘어나면 더 오래 이용할 것 같다”고 했다.

“중국 앱이 국적 세탁” “개인정보 과잉 수집” 논란에 앱 탈퇴·삭제 이어져

국내에서 빠르게 이용자를 늘려가던 본디는 2월 중순부터 ‘국적 세탁’과 ‘개인 정보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본디가 지난해 중국에서 인기를 끈 SNS 젤리(啫喱)를 재탄생시킨 앱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본디 공식 홈페이지에는 본디가 싱가포르 스타트업 메타드림이 제작한 서비스라고 소개돼 있다. 메타드림은 “지난해 5월 ‘트루.리’의 지식 재산권 전량 인수를 결정하고 서비스 글로벌화 과정을 거쳐 차세대 소셜네트워크 앱 ‘본디’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트루.리’는 젤리를 개발한 회사다. 당시 ‘나와 가장 친한 친구만의 우정 아파트’라는 콘셉트로 중국 앱스토어에 등장했다. 아바타의 생김새가 비슷하고 초대 가능한 친구가 50명으로 제한된 ‘폐쇄형 SNS’ 콘셉트도 같다. 중국 앱스토어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얻었던 젤리는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노출시킨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유저들에게 외면받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본디가 젤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중국 기업이 싱가포르 기업으로 국적을 세탁한 것” “개인정보가 무작위로 수집되고 유출된다”는 등의 의견을 퍼나르며 트위터와 커뮤니티에서 삭제와 탈퇴를 권유했다.

본디 코리아는 14일 트위터 등 SNS에 공식 입장을 발표해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트위터 갈무리. 이미지 크게 보기

본디 코리아는 14일 트위터 등 SNS에 공식 입장을 발표해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트위터 갈무리.

이에 지난 14일과 15일 본디 코리아는 트위터 등 SNS에 두 차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본디 코리아는 ‘중국 앱이 싱가포르 앱으로 국적을 세탁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본디는 싱가포르 메타드림의 글로벌 서비스다. ‘트루.리’의 지적 재산권을 인수해 디자인 등의 기본적인 요소만 유지한 채 글로벌 서비스 앱 본디로 재탄생시켰다”며 “인수 과정에서 일부 중국 직원이 메타드림에 합류하게 됐다. 한국, 미국, 일본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 직원과 글로벌 팀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허 출원이 중국으로 표기된 것은 상표 등록과 사업자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메타드림의 홍콩 지사를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했고, 한국 상표 등록 역시 홍콩 지사에서 하면서 국적이 중국으로 표기된 것”이라고 했다.

‘개인 정보를 과다하게 수집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젤리는 개인 정보 이슈로 스토어에서 내려간 것이 아니다. 개발사에 따르면 개인 정보 유출 등은 허위 사실로 판명됐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유저에게 법적 대응을 준비했으나 유저가 진심으로 사과해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본디는 유저분들의 개인 정보를 안전히 보호한다. 본디가 수집하는 정보는 여타 앱에서도 수집되는 통상적인 정보이며 과도한 개인 정보 수집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저분들의 개인 정보에 대한 불안은 아직 생소한 회사가 신규 앱을 런칭하면서 발생하는 오해를 해소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유저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디가 구설을 극복하고 대중적인 SNS로 자리 잡을지, 한때 인기를 끈 ‘클럽하우스’처럼 사라질지 주목된다. 30대 이용자 A씨는 “확실치 않은 이야기들이라 분간이 가지 않으면서도 신뢰에 금이 가서 더이상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것 같지 않다”며 본디를 탈퇴했다. 비교적 늦게 본디 열풍에 합류한 이용자 B씨는 “관련 약관을 읽어봤지만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중국과 관련이 있다보니 논란이 부풀려진 것 같다”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많이 탈퇴했다. 기본적으로 SNS라 친구들이 없으면 재미가 없긴 하다. 조만간 삭제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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