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성 논란 ‘나는 신이다’ PD “또 다른 사이비 종교 피해자 막으려 연출”

2023.03.10 15:42 입력 2023.03.10 19:19 수정

성폭력 묘사·재연 남용 등에 비판

“넷플릭스서도 우려했지만 설득”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연출한 조성현 PD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연출한 조성현 PD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연출한 조성현 PD가 다큐멘터리의 선정성을 비판하는 견해에 대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고 내부자가 한두 사람이라도 빠져나가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조 PD는 “넷플릭스에서도 몇몇 장면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제작자 입장에서 설득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야겠다는 제작의도에는 이 형태가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PD는 ‘장면을 재연하거나 시신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는 등의 방식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모자이크를 해 뿌옇게 보여주거나 한 사이비 교주가 신도에게 ‘몹쓸짓’을 했다고 하며 끝나는 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피해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건지 많은 분들과 같이 고민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조 PD는 “선정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많은 언론이 이 사건에 대해 다뤘는데도 어떻게 이 종교는 계속 존재해 왔을까, 질문을 바꿔서 얘기하고 싶다”며 “선정적이라고 지적받은 장면들이 ‘섹스 어필’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여기 없을 것이다. 끔찍하고 추악한 일이고, 보편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참담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자이크가 되지 않았다고 비판받은 영상은) 이미 여러 차례 모자이크된 상태로 방송이 됐지만 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JMS)는 그때마다 영상이 조작됐다는 식으로 방어 논리를 구축하며 신도들을 교육했다. 그대로의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또 방어해나갈 거라 생각했다. 명백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두 명이라도 내부에 있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벌어졌던 추악함의 10분의 1밖에 다루지 못했다. 나머지 10분의 9를 뺀 이유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라며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지켰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불편하신 분들이 있다면 의도가 먹힌 것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연출한 조성현 PD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여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연출한 조성현 PD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여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지난 3일 공개된 <나는 신이다>는 JMS의 정명석, 오대양의 박순자, 아가동산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의 이재록 등 스스로를 메시아라고 주장하는 4명의 인물을 다룬 8부작 다큐멘터리다. 공개 직후 노골적인 성폭력 묘사와 불필요한 재연 연출 등으로 비판받았다. <나는 신이다>는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한국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다큐멘터리 장르로서는 최초다.

조 PD는 “(다큐를 통해) 사회적 화두를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언급된 종교단체 내부자들이 다큐멘터리를 보기를 바랐다고 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단체)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한두 분이라도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최근 탈JMS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이 다큐를 보고 탈퇴했다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탈퇴를 하게 만드는 게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였기 때문에 보람있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폭로에만 그치고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조 PD는 “일단 사회적 논의가 시작이 됐다.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진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 저뿐 아니고 누구든 이런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 됐고,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면 좋겠다”고 답했다.

선정성 논란 ‘나는 신이다’ PD “또 다른 사이비 종교 피해자 막으려 연출”

조 PD는 MBC에서 한번 반려당한 기획을 넷플릭스에 제안해 2년에 걸쳐 제작했다. 같은 주제를 MBC <PD수첩>에서 다뤘다면 많은 게 달랐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PD수첩>이었다면 8~10주 정도 취재했을 것이고 (인터뷰 등으로) 만나는 분들도 더 적었을 것”이라며 “200명 가까이를 인터뷰하며 2년 가까운 시간동안 다큐를 제작해 어떤 방송보다도 심층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고 했다.

기획 의도에 대해서는 “가족들 중에서도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고, 바로 곁의 친구 중에도 피해자가 있었다”며 “사이비 종교는 남 얘기가 아니라 저 자신의 이야기였고 언젠가 한 번 꼭 다뤄야 하는 숙제 같은 주제였다”고 했다.

종교가 자유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조 PD는 말했다. 그는 “사이비 종교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다. 우리 사회가 종교에 대해 너무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닌가, 어떤 종교에 대해서는 종교성을 인정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관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규제를 해야 하지 않나. 예민한 부분이지만, 자유만큼이나 종교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만 특정 종교인을 색출하는 움직임에 있어서는 우려를 표했다. 조 PD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종교를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얘기할 순 없다”며 “종교를 선택했을 뿐이다. 그분들이 사회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길을 가게 만드는 교주나 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조성현 PD. 넷플릭스 제공.

조성현 PD.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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