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줄리안, 연예기획사 창업···“수익 배분 9대1, 연예계 패러다임 바꿀 것”

2023.03.29 15:31 입력 2023.03.30 17:27 수정

기획사 ‘웨이브 엔터테인먼트’ 설립

아티스트 스스로 커리어 개발하게끔

‘투명한 운영’ ‘수익 배분’ 차별화

“한국인도 같이 일하고 싶은 회사로”

연예기획사 웨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방송인 타일러 라쉬(왼쪽)와 줄리안 퀸타르트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연예기획사 웨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방송인 타일러 라쉬(왼쪽)와 줄리안 퀸타르트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방송인 타일러 라쉬(35·미국), 줄리안 퀸타르트(36·벨기에)를 만나기까지 과정은 ‘신선했다’. 홍보 담당자와 연락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대부분의 인터뷰와 달리 먼저 기자를 반긴 것은 온라인 ‘폼’이었다. 이름, 소속 등을 입력하자 곧 e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검토 후 연락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엔 그간 매체를 통해 들어온 두 사람의 톡톡 튀는 말투가 그대로 묻어나 있다.

타일러와 줄리안이 연예기획사를 차렸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일해보겠다”는 포부로 웨이브 엔터테인먼트의 문을 연 두 사람을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확고하게 자리 잡은 방송인이자 작가, DJ, 환경 운동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두 사람이 창업을 고민하게 된 것은 지난해 이맘때쯤. 소속사를 나와 혼자가 된 줄리안이 줄곧 회사 없이 일해온 타일러를 찾았다. “촬영 중 다른 섭외 전화가 막 오는데 감당을 못하겠더라고요. 매니저를 두기엔 금전적 부담이 됐고요. 그러다 타일러에게 조언을 구했죠.”(줄리안)

타일러는 오래전부터 스스로 구축한 플랫폼을 통해 일해왔다. “외국인이다보니 들어오는 일이 다양해요. 해외에서 영어로 연락이 오거나 번역처럼 엔터 쪽에서 잘 맡기지 않을 법한 일을 맡기려는 경우도 있어요. 이걸 체계적으로 잡아줘야 했는데, 폼을 이용하니 데이터가 쌓였어요. 시장이 원하는 것을 느끼며 움직일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타일러)

일하는 방식에 관한 두 사람의 대화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보자’는 데로 이어졌다. 지난해 여름 타일러의 플랫폼을 줄리안에게 적용해보는 실험을 시작했다. (타일러는 이 과정을 “저는 프로토 타입, 줄리안은 베타 테스트”라고 표현했다.) 이후 반 년간의 실험과 수정·보완을 거쳤다. 연예기획사 창업을 위한 교육 과정을 이수했고, 여러 아티스트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웨이브 엔터가 탄생했다. 숫자와 소통에 자신 있는 줄리안, 시스템 구축과 보도자료 작성에 능한 타일러는 좋은 파트너가 됐다.

두 사람은 웨이브 엔터의 장점으로 ‘투명한 운영’을 꼽았다. 웨이브 엔터는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 섭외 문의를 받는다. 이는 해당 아티스트에게 바로 공유된다. “보통 회사로 문의가 들어가면 아티스트는 그걸 알 수 없어요. 회사 차원에서 필터링을 하거든요.”(줄리안)

연예기획사 웨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20일 서울 용산구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연예기획사 웨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20일 서울 용산구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투명하게 공유된 정보를 통해 아티스트는 결정권을 갖는다. 능동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는 게 두 사람의 생각이다. 줄리안은 “택시를 타다가 내가 직접 운전을 하는 것이랑 비슷하다. 내 일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와 회사의 수익 배분도 ‘9 대 1’로 파격적이다. 각종 부대 비용을 최소화하고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려 아티스트 스스로 원하는 분야에 투자하고 개발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그렇게 해서 회사가 돌아가냐’는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업계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어요. 큰 파도처럼 ‘촥’, 다른 회사가 ‘허걱’하도록 증명하고 싶습니다.”(타일러) ‘웨이브’라는 회사 이름에는 이런 두 사람의 포부가 담겼다.

이제 막 문을 연 회사지만 대표 두 사람을 포함해 이미 아티스트 9명이 소속돼있다. <비정상회담> 멤버였던 러시아 출신 귀화인 일리야 벨랴코프, 블레어 윌리엄스(호주), 카를로스 고리토(브라질)와 프랑스 출신 와인 전문가 사라 수경, 인도에서 온 니디 아그르왈 등 모두 이주민이다. 이주 배경 방송인은 점차 늘고 있지만, 이들은 비자(체류 자격) 등 내국인 방송인보다 한층 복잡한 환경에 놓여 있다.

처음 두 사람의 창업 소식이 알려졌을 때 상당수 언론이 ‘외국인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그러나 이들은 ‘외국인’이라는 한계선을 긋고 싶지 않다고 했다.

타일러는 “외국인 아티스트들의 니즈에서 시작됐지만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한국인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며 “웨이브 엔터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한국인 아티스트로부터 ‘같이 일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는 게 하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줄리안도 “사람들이 ‘얘네는 그냥 친구끼리, 외국인들끼리 하는 회사가 아니라 정말 잘하는 회사구나’라고 받아들이도록 해보고 싶다”며 “웨이브 엔터에 들어온 사람들이 회사 덕분에 스스로 능력을 잘 발휘하게 됐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연예기획사 웨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연예기획사 웨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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