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이 돌아왔다. 한국의 SF 호러 영화팬들이 기다리던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14일 개봉했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디스토피아적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인간과 외계 생물 에이리언의 사투를 다룬다. 에이리언은 금속처럼 번쩍이는 이빨, 바나나처럼 길다란 머리, 뼈마디가 드러난 거대 파충류 몸을 가졌다. 무엇보다 압도적으로 강력하고 흉포한 괴물이다.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이야기는 2142년 초거대기업 ‘웨이랜드 유타니’가 지배하는 식민지 행성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레인 캐러딘’(케일리 스패니)은 친동생처럼 아끼는 합성인간 ‘앤디’(데이비드 존슨)와 함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려 하지만 기업으로부터 거부당한다. 레인은 행성 외부에 퇴역 우주탐사선이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인과 친구들은 우주선에서 연료를 조달해 이주하려 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우주선 안에 잠들었던 에이리언의 알들이 부화한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지만, 세계관 시간상으로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1979)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에이리언 2>(1986) 사이 시점에 위치한 ‘인터퀄’ 작품이다. 시리즈 첫 작품 <에이리언>은 SF 호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에이리언은 사람의 몸 속에서 부화하고 성장해 임신부처럼 부푼 배를 터뜨리며 뛰쳐나온다. 성폭행과 임신의 트라우마가 괴물의 모습으로 재연된 에이리언의 잔혹함과 역겨움은 머리가 띵할 정도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에이리언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프로메테우스>(2012)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 같은 프리퀄 작품들을 연출하며 우주적 신화 세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알바레즈 감독은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 시리즈 본연의 순수한 ‘SF 호러’로 돌아갔다. 종교적 색채를 말끔히 걷어내고 장르적 재미에 집중하겠다는 결정이 반갑다. 오프닝 크레디트에서 감독과 배우를 소개하는 글씨체부터 과거의 향수가 떠오른다.
첨단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에이리언 ‘제노모프 XX121’의 모습은 전작들이 잊힐 만큼 끔찍하게 생생하다. 에이리언뿐 아니라 암울하고 아름다운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꼼꼼하게 구현했다. 심장을 내려앉게 하는 음향효과와 적시에 터지는 점프 스케어(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 기술도 절묘하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한 새로운 에이리언의 모습은 인간 사회의 금기를 제대로 건드린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진정한 공포는 폐쇄 공간에서 나온다.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인간들은 우주선에 에이리언과 함께 갇힌다. 알바레즈 감독은 <맨 인 더 다크>(2016)에서 증명했듯이 캄캄하고 답답한 공간에서의 공포와 긴장을 연출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게다가 이들이 갇힌 우주선은 점점 소행성대 고리와의 충돌에 가까워진다. 시간 내에 탈출해야 하는 ‘타임어택’까지 긴박감을 더한다.
주인공 ‘레인 캐러딘’ 역의 배우 케일리 스패니를 보면 전작들에서 ‘엘렌 리플리’로 활약한 배우 시고니 위버와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된다. 시고니 위버처럼 강인한 전사의 면모보다는 씩씩하고 야무진 소녀 같은 모습으로 위기를 해쳐나간다. 합성인간 ‘앤디’ 역의 배우 데이비드 존슨의 사슴 같은 눈망울과 묘하게 씁쓸한 표정도 돋보인다. 극장을 나오면서 실로 오랜만에 ‘진짜 에이리언’을 만났다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