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툰툰한 하루
2024.09.13 14:00 입력 2024.09.13 14:01 수정 최민지 기자

카카오웹툰 ‘좁은 방’

[오늘도 ‘툰툰’한 하루] 스무살의 고독하고 은밀한 성장통···누구에게나 ‘좁은 방’이 있다

[오늘도 ‘툰툰’한 하루] 스무살의 고독하고 은밀한 성장통···누구에게나 ‘좁은 방’이 있다

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격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아주 좁은 집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집보다 ‘방’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몸을 뉘면 끝인 공간입니다. 그곳은 온갖 물건들로 어지럽습니다.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도, 차마 버리지 못한 전 연인의 사진도 있습니다. 은밀한 취향, 취미의 흔적일 수도 있고요. 이 모습은 절대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습니다. 이번주 ‘오마주’에서 소개할 웹툰 <좁은 방>은 누구에게나 있는 그 ‘좁은 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무 살 다예는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재수생입니다. 지방에서 홀로 상경해 작은 원룸텔에 살면서 미술학원에 다닙니다. 생활은 단순합니다. 집과 학원만 오갑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 데다 ‘입시에만 몰두하자’ 마음먹은 탓에 학원에서도 집에서도 늘 혼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술학원 원장이 노골적으로 다예에게 추근대기 시작합니다. 중년의 유부남인 그는 밤늦게 “네 생각이 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학원 사물함에 원치 않는 선물을 넣어둡니다. 때론 그림을 봐준다는 핑계로 은근슬쩍 다예의 몸에 손을 얹고요. 그럴 때면 다예는 화장실로 달려가 강박적으로 손을 씻습니다. 손을 자주 씻는 정도의 가벼운 결벽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집니다. 학원의 다른 학생들은 그런 다예 뒤에서 수군거립니다. 다예는 점점 고립됩니다.

[오늘도 ‘툰툰’한 하루] 스무살의 고독하고 은밀한 성장통···누구에게나 ‘좁은 방’이 있다

[오늘도 ‘툰툰’한 하루] 스무살의 고독하고 은밀한 성장통···누구에게나 ‘좁은 방’이 있다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어느 날 옆방에 훤칠한 미남이 이사 오면서부터입니다. 얼굴만 봐도 피로가 날아갈 만큼 잘생긴 남자에게 다예는 첫눈에 반합니다. 곧 일상의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그에게 몰입하는 것으로 해소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보통의 짝사랑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남자와 연애하는 상상을 하거나 남자가 나서는 시간에 맞춰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식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다예의 행동은 선을 넘습니다. 남자가 피운 담배꽁초를 주워 모으는가 하면 쓰레기통을 뒤져 그가 버린 영수증이나 사진을 꺼내 사생활을 유추하기도 합니다. 스토킹에 가까운 짝사랑을 하며 다예 스스로도 생각합니다. ‘나의 로맨스는 어째서 이토록 음침한 걸까.’ 하지만 멈출 수가 없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남자의 방에서 어떤 비밀을 마주하기 전까진 말이죠.

[오늘도 ‘툰툰’한 하루] 스무살의 고독하고 은밀한 성장통···누구에게나 ‘좁은 방’이 있다

[오늘도 ‘툰툰’한 하루] 스무살의 고독하고 은밀한 성장통···누구에게나 ‘좁은 방’이 있다

[오늘도 ‘툰툰’한 하루] 스무살의 고독하고 은밀한 성장통···누구에게나 ‘좁은 방’이 있다

웹툰은 입시와 고립된 서울 생활, 짝사랑, 원장의 추근거림, 원생들의 은근한 따돌림 등 다예가 통과하는 스무 살의 일상을 좇습니다. 스릴러, 코미디, 일상물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나아가는 이야기는 조금의 과장이 있을지언정 모두 현실적입니다.

<좁은 방>은 다예의 심리 상태를 시각화하는 데 집중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다예 안에 쌓일수록 끈적거리는 무언가가 다예의 몸을 덮습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는 모호해집니다. 그 축축하고 불쾌한 느낌은 화면 너머 독자에게로 넘어옵니다. 이는 웹툰의 시각적 표현이 탁월해서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다예의 ‘좁은 방’을 마음 한 켠에 두고 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웹툰 제목인 ‘좁은 방’은 고립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작은 공간을 가리키는 동시에 인간 내면에 자리한 내밀한 욕망을 뜻하는 셈이죠.

총 20화로 구성된 이 웹툰은 2021년 12월~2022년 5월 카카오에서 연재됐습니다. 독특한 그림체와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많은 독자의 호응을 얻었고, 지난해에는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습니다.

<좁은 방>의 최성민 작가는 어린이 교양 잡지 ‘고래가 그랬어’에서 장편 만화 <출동 샤바라!>를 연재하고, 단행본 <완벽한 순간을 위한 여행>, <퓨리파잉> 등을 출간하며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만화가입니다. <좁은 방>은 그의 첫 웹툰입니다. 현실과 상상이 뒤엉키는 웹툰 속 연출은 최 작가 작품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이런 기사 어떠세요?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