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남장 여자 오스칼 역 김지우
“목 아끼려다 무대서 ‘와장창’
내가 가진 소리 끝까지 내고파”
‘예쁘다’ 아닌 ‘멋지다’ 기분 좋아
초연 중인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넘버들은 심각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게다가 옥주현, 정유지와 함께 주인공 오스칼 역을 맡은 김지우는 가수가 아닌 배우 출신이다. 공연 내내 고음과 힘이 요구되는 노래들이 한층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연 기간은 석 달에 가까우니 체력 유지도 필수다. 한 공연에서 김지우는 꾀를 냈다. ‘목을 좀 아껴볼까?’
“그 순간 ‘와장장창’ 깨졌어요. 그 다음 노래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쏟을 수 있는 만큼 쏟아야 하더라고요. 저도 돈 주고 공연 보러 다니지만, 티켓값이 17만, 18만 원씩 하는데 배우가 아끼는 거 보면 짜증 나잖아요. 관객은 공연 보러 스케줄 비우고 회사 끝난 뒤 저녁 먹고 달려와요. 다음날 또 일찍 출근해야 하죠. 예매하는 날까지 포함하면 3일을 공연에 쓰는 거에요. 그런 분들 위해서라도 대충하고 싶지 않아요. 끝나는 날까지 제가 가진 소리를 매 순간 다 내고 싶어요. 그게 목표입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일본의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가 50여 년 전에 그린 순정만화가 원작이다.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남장을 하고 왕실 근위대에 들어간 여성 오스칼, 신분 차이로 인해 오스칼에 대한 사랑을 숨기는 하인 앙드레, 귀족들의 행태에 분노한 기자 베르날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이 워낙 방대한 데다 현재 한국의 상황과 시대적·공간적 거리감이 있어 뮤지컬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김지우는 “남편(셰프 레이먼 킴)이 ‘역사 덕후’다. 집에 관련 책이 많아 엄청나게 뒤져봤다. 주현이 언니와 유지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도 출연한 적이 있어서 ‘서브텍스트’가 있지만, 난 더욱 많이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혁명은 어느 시대, 세계에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시대를 살아가며 속으로는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모든 싸움 안에는 사랑이 있다고 봅니다. 사람 간의 사랑, 나라에 대한 사랑, 하다못해 사물에 대한 사랑…. 마지막 넘버인 ‘나를 감싼 바람은 내게만 불었나’ 가사에 그 얘기가 들어있어요. ‘살고 싶은 세상 위해서 다 함께 가자’로 끝나는데, 그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왜 살아야 하겠어요? 마지막 곡을 부를 때마다 매번 울컥해요.”
설정상 오스칼은 대부분 장면에서 군인으로 남장을 한다. 김지우는 “연습 때 찍은 영상을 보니, 걸어 나올 때부터 여자인 게 너무 티 났다. 칼싸움 하면서도 골반부터 빠졌다. 그걸 고치려고 엄청나게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제복이 그렇게 더운지 몰랐다. 스커트 안에는 공간이 있는데, 제복은 움직일 때 셔츠가 눌리며 뜨거운 바람이 올라왔다”며 웃었다.
원작에서도 그렇지만 오스칼은 여성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는 ‘걸크러시’ 성격의 배역이다. 김지우는 “‘언니랑 결혼하려면 레이먼 쓰러트리면 되나요?’ 같은 댓글이 많이 달린다(웃음). ‘예쁘다’가 아니라 ‘멋있다’는 얘기가 은근히 기분 좋다. 여자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한 김지우는 2006년 <사랑은 비를 타고>로 뮤지컬에 뛰어들었다. “방송 한참 하다 보니, 내가 이다음에 뭘 할 수 있을지 굉장한 딜레마에 빠져있던” 시기였다. “보여주고 싶은 건 많은데 발전은 없는 것 같던 때” 만난 뮤지컬 덕분에 연기의 재미를 다시 느꼈다. 중·소극장 뮤지컬에 주로 서다가 <시카고> <벤허> 같은 대극장 뮤지컬로도 영역을 넓혔다. 올해만 해도 <프랑켄슈타인> <베르사유의 장미>에 이어 <킹키부츠>에도 출연한다. 김지우는 “<베르사유의 장미> 마지막 공연까지 관객들이 빈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는 오스칼이 성장하는 모습을 연기로 채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10월1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뮤라스] 김지우 - ‘나를 감싼 바람은 내게만 불었나’ (4K)ㅣMUSICAL LIVE STAGE in 베르사유의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