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흑백요리사> 다 보셨나요? 저는 ‘두부 지옥’에서 살아남은 에드워드 리 셰프를 보고, 그가 우승한 다른 요리 서바이벌, <아이언 셰프>가 궁금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그가 출연한 시즌은 볼 수 없었지만, 알고리즘 덕에 세상에 엄청나게 많은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 중 오늘 오마주에 소개할 작품은 넷플릭스의 <스낵vs셰프>입니다.
<스낵vs셰프>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공산품 스낵을 똑같이 만들어내는 것을 콘셉트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이 방송은 ‘셰프가 출연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흑백요리사>와 거의 모든 면에서 다릅니다.
일단 세트부터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흑백요리사>의 세트가 ‘흑과 백’ 두 가지 색만 이용한 고급스러운 분위기라면, 온갖 과자 봉지들로 꾸며진 <스낵vs셰프> 촬영장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알록달록합니다. 어린이용 부엌놀이 세트를 크게 만들면 이런 느낌일 것 같습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과자를 똑같이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각종 실험이 필요하겠죠? 과학실에 있을 법한 실험 도구들이 주방에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셰프에게 필요한 자질도 다릅니다. 모든 셰프에게 창의성은 중요한 자질이겠죠? <흑백요리사>에서는 맛있으면서도 셰프의 개성이 담긴 요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창의성이 요구되지만, 이 방송에서는 공산품 과자와 똑같은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이 요구됩니다. 참가자들은 미션 과자인 ‘프링글스’의 독특한 곡선 모양을 만들어내기 위해 타코 모양을 내는 프레스에 반죽을 끼워 튀기고, 둥글고 얇은 스테인리스 거름망 두 개를 힘으로 휘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든 게 과연 맛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핫 플레이밍맛 치토스’를 만들기 위해 칠리소스에 비트 가루를 넣는 것까진 좋지만, 캡사이신까지 들이붓는 모습을 보면 이게 ‘맛있는 스낵’을 만들기 위한 게임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됩니다. 셰프들도 ‘재밌는 도전’쯤으로 생각하는 듯 촬영장 분위기는 밝고 가볍습니다.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한 번에 세 명씩 들어가서 미션을 수행하는데, 다들 서로를 응원합니다. 반죽이 굳는 동안 태연하게 입술에 립밤을 바르는 여유까지 보이죠.
심사위원들도 칼 같은 비판은 하지 않습니다. ‘바삭하지 않고 안에 반죽이 덜 익은 크래커’ ‘빵 같은 프링글스’ 같은 완전한 실패작이 나왔는데도, ‘제한 시간 안에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게 좋겠어요’ 정도의 부드러운 조언을 건네죠. 한 편당 40분이 안 되는 짧은 러닝타임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예능입니다.
스낵 지수 ★★★★ 갑자기 치토스가 먹고 싶어졌다가, 만드는 걸 보면 전혀 안 먹고싶어질수도
손에 땀 지수 ★★ 아무런 긴장감 없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