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료, 주말 1만5000원···2년 새 40% 껑충 ‘뜨거운 논란’

2022.07.03 16:04 입력 2022.07.03 16:42 수정 오경민 기자

코로나19 지나며 4000원 인상

업계 “관람객 수 급감으로 적자”

관람객 “블록버스터급만 볼 것”

독립·예술 영화 타격은 불가피

지난 6월의 주말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영화관에 관객들이 돌아오고 있다. <범죄도시2>는 1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탑 건:매버릭>, 박찬욱 감독의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 등 국내외 기대작들이 극장에 걸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영화관에는 1455만명의 관객이 들었다. 지난달(312만명)보다 366.7%, 작년 같은달(438만명)보다 232.3% 늘었다. 무더위 속에 주말을 맞은 지난 2일에는 하루에만 81만6213명의 관객이 들었다.

코로나19 속 관객이 극장을 멀리하는 사이, 영화 관람료는 급등했다. 주말 오전 10시 이후 영화 관람료는 1만5000원에 달한다.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사이 4000원이나 오른 것이다. 지난 2일 영화관을 찾은 서모씨(32)는 “둘이 영화를 봤더니 3만2000원(커플석 가격)이었다”며 “앞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망설여질 것 같다. 넷플릭스를 보거나 VOD를 결제해서 봐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같은 날 영화를 본 장모씨(30)는 “관람권이 있어서 영화를 보러 왔는데, 주말 티켓값이 1만5000원이나 된줄 몰랐다. 매우 비싸게 느껴진다”며 “극장에서 영화를 안 보지는 않아도, 선택할 때 신중할 것 같다. 독립영화보다는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찾아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8년간 CGV 관람료 추이 (평일, 일반석 기준). 오경민 기자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는 2020년 하반기부터 세 차례(2020년 10월, 지난해 4월, 지난 4월) 관람료를 올렸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주중(월~목) 1만원, 주말에는 1만1000원이던 일반석 관람료는 지난 4월(CGV 기준)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으로 올랐다. 그간 영화 관람료 인상은 2~4년에 한번씩 CGV가 먼저 1000원 인상을 발표하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뒤이어 인상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생각하면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4000원이 인상된 것은 이례적이다.

사유는 경영 적자다. CGV는 “코로나19 이후 적자가 누적돼 경영 위기가 가중됐다. 제작 및 투자·배급 등 영화산업 생태계 전체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영화 산업 생존을 위해 피치 못하게 관람료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너그러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CGV는 지년 2년간 상영관 취식 금지로 인한 매점 매출 급감, 영업시간 제한, 좌석 띄어 앉기, 방역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약 3668억 원에 달하는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했다.

국가별 영화 평균 관람요금 전년 대비 인상률.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한국의 영화 관람료 인상은 국내 다른 물가인상 수준보다 높고, 다른 나라의 영화비 인상폭에 비해서도 큰 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회당 평균 영화 관람요금은 역대 최고인 9656원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21년 세계 각 국가의 관람요금은 2019년, 2020년과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극장 시장이 빠르게 회복된 덕분일 것”이라며 “일부 국가의 가격 변화는 환율로 인한 착시효과로 생각된다. 반면 2021년 한국 극장요금인 8.2달러(9656원)는 2020년 7.3달러(8574원)에 비해 12.3% 상승하였다. 2021년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3.6% 오른 것에 비해서도 상승폭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1인당 영화 관람 횟수는 급감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4.37회로 세계 1위를 기록한 한국의 1인당 영화 관람 횟수는 지난해 1.17회를 기록해 세계 10위권으로 하락했다.

영화관은 관객 수를 회복할 수 있을까.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물가가 장난 아닌 것은 알지만 할인 없이는 영화를 쉽게 보지 못할 것 같다” “대작들 아니면 영화관에 잘 안 가고 VOD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독립·예술영화는 살아남기 힘들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넷플릭스 등 OTT로 영화를 보던 관객들이 극장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불만족하면서도 영화관 방문 수요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당분간은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소가 작용해 시원한 영화관을 찾기 쉽다. ‘1만5000원’이 비싼 가격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이 가격으로 만족스럽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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