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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만 노린다…미국 차량 절도 수천건 주범, ‘기아 보이즈’ 정체는?

2022.08.17 11:20 입력 2022.08.17 18:12 수정

미국 청소년들이 훔친 현대차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 유튜브 영상 갈무리

미국 청소년들이 훔친 현대차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 유튜브 영상 갈무리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의 승용차를 노린 도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기아 모델 중 일부 연식에 도난방지장치의 허점을 노린 이 범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 수법이 널리 퍼지면서 최근 1~2년간 수천건에 달하는 모방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다.

17일 미국 경찰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 워싱턴, 오리건, 코네티컷, 미시간, 위스콘신, 루이지애나, 텍사스, 플로리다 등 미국 전역에서 현대차와 기아 승용차의 도난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일리노이주 최대 도시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 보안관실은 지난달 1일부터 한 달 보름여 만에 642건의 현대차·기아 차량 도난 신고를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시애틀 경찰은 지난달에만 기아 차량 36대가 도난당했고 밝혔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도 올해 들어 현대차 268대, 기아 432대가 도난당했다고 했다. 밀워키 시에서는 지난해에만 5000여대 이상의 현대차와 기아 차량이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의 잇단 차량 절도 사건의 주된 표적은 현대차·기아 승용차다. 주 경찰들은 절도범이 ‘이모빌라이저’ 기능이 없는 2021년 11월 이전 생산된 현대차·기아 차종만을 골라 훔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모빌라이저는 차량 도난을 막기 위해 시동을 제어하는 일종의 보안장치다. 자동차의 고유한 보안 암호를 자동차 키에 심어, 시동을 걸 때마다 이 암호를 확인하는 장치다.

그러나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된 2011∼2021년형 기아와 2015∼2021년형 현대차에는 이모빌라이저가 탑재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모빌라이저가 기본 탑재된 국내 생산 차량들과 달리,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해당 보안장치가 애초부터 선택 사양으로 설정된 경우가 많다. 절도범들은 자동차 키홀 주변의 플라스틱 커버를 뜯어낸 뒤 충전용 USB와 드라이버를 사용해 시동을 걸고 차량을 훔쳐 달아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아 차량의 절도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 트위터 캡처

기아 차량의 절도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 트위터 캡처

심지어 이같은 절도 수법은 틱톡 등 SNS를 통해 10대, 20대 사이에서 공유되기까지 한다. 차를 훔치는 수법을 알려주고, 훔친 차량을 모는 모습을 자랑하는 ‘틱톡 챌린지’는 ‘기아 보이즈(kia boyz)’ ‘기아 챌린지(kia challenge)’라는 해시태그까지 달고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현대차·기아 차주들의 집단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설계 결함으로 차량이 도난당했다며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주리, 캔자스 법원 등에 잇따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집단소송에는 최근 현대차·기아 모델을 구매한 소비자 수천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현지 언론에 “고객 안전과 차량 절도 방지를 위해 지역 정부,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경찰의 도난 방지 핸들 잠금장치 배포도 직접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시판되는 승용차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스마트키와 버튼 시동 시스템에는 이모빌라이저 기능이 기본 탑재돼 있다”며 “한국에서는 해당 범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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