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호 “기후변화 대응따라 향후 1~2년 내 국내 기업 생존 달려···지금이 전기요금 정상화 논의할 적기”

2023.02.13 18:34 입력 2023.02.14 10:29 수정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서울대 지속가능경제·정책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1~2년 새 닥칠 국내 기업의 생존 문제와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서울대 지속가능경제·정책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1~2년 새 닥칠 국내 기업의 생존 문제와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60)는 국내에 드문 ‘환경경제학자’다. 환경경제학은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비용과 편익 관점에서 분석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자라는 신분답게 그는 기업이나 정부의 의사결정에 자문할 기회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그는 외로운 싸움을 해야했다. 기업은 그를 부담스러워 했고, 정부는 느렸으며 국회는 무관심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홍 교수는 그가 30년 가까이 환경경제학자로 활동하면서 지금처럼 사람들과 ‘말이 잘 통할’때가 없었다고 했다. 기후변화 대응이 최근 사회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다.

그는 지난달 저서 <기후 위기 부의 대전환>을 냈다.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홍 교수를 만났다.

“탄소 감축 주요 타겟이 한국…대응 못하면 한국 경제 흔들릴 것”

홍 교수는 “인류 존속을 위해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이유보다도 국내 기업이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이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은 205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RE100선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아예 역 외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이 역내로 물건을 수출할 경우 탄소국경세를 매기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올해 10월부터 시범 시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홍 교수는 이같은 세계 경제의 탄소중립에 대한 압박은 특히 한국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한국은 과거 개도국 시절 탄소 배출 감축 의무로부터 벗어난 상태에서 탄소 경제를 통해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국가”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한국 산업, 소비자, 정부에게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27개 기업은 RE100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홍 교수는 기업의 탄소 중립은 개별 기업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은 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덴마크나 오스트리아 등은 이미 80%를 넘겼다. 홍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전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국내 기업은 모두 외국으로 나갈 것”며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망하는’ 수준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 조절도 뒷받침 돼야…지금이 전기요금 정상화 논의 기회”

홍 교수는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 조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탈탄소 경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탄소 배출 감축을 논의하기 앞서 감축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가 없다보니 정책의 수용성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사용량에 따라 일정 수준의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소비를 조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봤다. 그는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쓰레기 종량제’라는 성공적인 선례가 국내에도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쓰레기 종량제는 우리의 생활 습관을 바꾸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한 정책”이라며 “제도 시행 초기에는 불만도 많고 무단 투기도 많았지만 30년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전세계적으로 드문 사례”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난방비 대란 사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가 적자를 무릅쓰고 오랫동안 낮은 가격에 시민들에게 전기와 도시가스를 공급하다보니 시민들은 에너지 과소비에 비교적 무감각해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에너지 가격이 화두가 된) 지금이 오히려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적기”라며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민들 앞에 나서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잘못해 왔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지난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지난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재생에너지가 더 싸다

홍 교수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믹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그 규모가 커질 수록 발전 단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경우 대단위 계획 입지를 통해 발전 단지가 설치되면 단위당 설치 비용을 충분히 아낄 수 있다” 며 “재생에너지는 기술 혁신 속도가 매우 빨라 과거 5년에 비해서도 발전 단가가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030년까지 국내 원자력 발전 비중을 32.4%로, 신재생 발전 비중도 21.6% 올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2030년 발전량 목표치를 원전 23.9%, 신재생 30.2%로 설정한 것에 비해 원전 비중은 늘리고, 신재생 비중은 줄인 것이다.

홍 교수는 이처럼 현재 발전단가가 저렴하다고 원전을 크게 확대하는 방향은 결과적으로 비용을 더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이미 국토 면적당 원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 원전을 더 확대한다면 추가 부지를 선정하고 핵 폐기물 부지를 마련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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