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득불평등의 심각성이 국제 통계 자료로 확인됐다. 12일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세계 상위소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국의 소득 상위 10% 인구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8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은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소득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된다.
경향신문의 분석 결과, 소득 집중도의 변화가 현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한국의 상위 10% 소득자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무렵 50%를 넘게 되고, 한국은 2020년이 되기 전 미국을 제치고 OECD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세계 상위소득 데이터베이스 중 한국 관련 통계는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김종일 교수가 국세청 납세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한국의 고소득층’ 논문을 바탕으로 했다.
앞서 국민일보는 한국 관련 통계가 지난 2일 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됐다고 보도했다. 논문에 나온 한국의 상위계층 소득점유율 등 통계가 국제적 공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낙년·김종일 교수는 가계조사 대신 소득을 축소 신고하면 불법을 무릅써야 하는 국세청 조세 통계를 활용해 고소득층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해 소득·세제 관련 동향을 발표해 왔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규명한 <21세기 자본론>을 써 세계적 반향을 불러온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 교수도 이 통계를 구축·활용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2012년 말 현재 한국의 소득 상위 1% 인구는 전체 소득의 12.23%를, 상위 10% 인구는 전체의 44.87%를 차지했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9개 OECD 회원국을 비교할 때 한국의 소득불평등 정도는 상위 1% 기준에서는 미국과 영국에 이은 3위, 상위 10%에서는 미국에 이은 2위였다.
김낙년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수준이 압도적인 ‘아웃라이어’(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치)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경향신문이 한국 관련 통계가 있는 1995년부터 2012년까지의 추세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2019~2020년 무렵 미국을 제치고 OECD국가 중 세계 최고의 불평등 국가가 될 것이라고 추정됐다. 이 무렵 상위 1% 소득자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를 넘게 된다.
한국은 OECD 회원국임에도 그간 상위계층의 소득점유율 자료가 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연구 대상에서 비켜나 있었다. 지난 4월30일 OECD가 주요 1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OECD 회원국들의 최상위 소득과 세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할 때에도 한국의 내용은 빠져 있었다.
소득불평등의 심각성이 통계 자료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조세·재정·통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종일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사회경제평론’ 기고문에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윤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부자감세가 이뤄져 상위계층에 소득이 집중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