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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늘려 기후변화 대응…미 ‘인플레 감축법’ 무슨 내용 담았나

2022.08.14 17:11 입력 2022.08.14 17:32 수정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하원 의사당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를 선언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하원 의사당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를 선언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IRA)’이 미 의회를 통과해 발효를 코앞에 두고 있다. 법인세를 늘려 마련한 재원을 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 서민 의료 지원 등에 집중 투자하면 치솟는 에너지 비용과 의료 서비스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IRA의 기본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재원을 마련하고,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늘려 마련한 재원,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한 IRA는 바이든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 두고 있다.

IRA는 향후 10년 동안 4850억달러(약 633조4100억원)를 투입해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헬스 케어에 집중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중 에너지 및 기후변화 관련 예산이 3860억 달러로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태양광 패널 등 청정 전력 생산과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관련 기업에 대한 금융 및 기술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남은 980억 달러는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ACA)에 따른 보험 수혜 대상과 지원 규모를 확대, 유지하는데 쓰인다.

바이든 정부는 재원조달 방법으로 연평균 이익이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제조업 제외)을 대상으로 15%의 최저법인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현행 미국의 연방 법인세율은 21%의 단일세율이지만 각종 공제와 감면 혜택 등을 고려하면 대기업에 대한 실효세율은 15%를 하회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하한선을 설정해 법인세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IRA는 종전과는 달리 미 고령층 의료보험 시스템인 ‘메디케어’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 대해 제약사와 직접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상을 통해 의약품 가격이 낮아지면 기존 제약사에 지불됐던 약품 관련 재정 지출을 크게 낮춰 재원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10년 간 확보될 재원 규모는 총 7900억 달러로 추계됐다. 바이든 정부는 에너지 산업 등에 투자하고 남은 3050억 달러는 순재정적자 감축 분으로 돌려 재정건전성까지 동시에 높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IRA는 이처럼 표면상으로는 재정 투입을 통해 에너지와 의료서비스 물가를 잡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실질은 대기업 증세를 통해 기후 대응과 서민 의료 혜택 확충에 주력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으로 해석된다. 특히 504조원 가량의 예산이 기후 변화에 투입돼,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후 변화 대응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은 효과 볼 것···정부가 산업 구조 변화 주도해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IRA가 당장 물가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예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재정건전성의 소폭 개선 이외의 거시경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단기에 많은 재정이 투입되면 오히려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에 안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을 확대하고 산업 구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거시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의 물가 측면이라기 보단 산업 정책과 관련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에너지 전환이나 공급 능력 확충을 유도하면 중장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확충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 구조 변화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정건전성 확보와 인플레 억제라는 같은 구호를 내세우면서 산업 구조에 대한 뚜렷한 방향 설정 없이 감세 일변도 정책으로 민간에만 맡겨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국내 정부는 법인세 감세와 규제 완화를 우선순위로 놓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그런 접근법이 효과가 없었다는 걸 인정하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가가는 것”이라며 “다른 선진국 역시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 전환을 중시하는 만큼 한국도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교수도 “인플레 국면이라고 해도 투자할 부분은 과감히 투자해줘야 중장기적으로 공급 측면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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