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추경호, 한은에 금리인상 자제요청?···투기세력 에게 빌미줄 수도

2022.09.25 17:22 입력 2022.09.25 19:57 수정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드러내자 기획재정부가 다급해졌다. 높은 수준의 국내 가계부채가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또 한번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 서민 대출자들이 당장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아울러 큰 폭의 금리가 인상되면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가 더 커진다. 기재부는 연일 치솟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구두 발언에 이어 수급 대책을 통해 본격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가 통화정책인 금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한 데다 투기세력에게 외환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미국과 (국내) 금리 격차가 커지면 외환 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그걸(금리인상) 가파르게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 문제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여러 대출자들이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자이언트스텝(기준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한은도 다음달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간 ‘통화당국 소관’이라며 금리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던 기재부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0.25% 포인트 인상 기조가 아직 유효하냐”는 질문에 “전제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기재부는 국내 가계 부채 상황을 들어 금리 인상 자제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가계 부채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금리가 크게 오르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 취약계층부터 단계적으로 가계 경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부채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6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통화당국은 올해 초 1.0% 수준이었던 기준 금리를 5차례에 걸쳐 2.5%까지 끌어올리는 등 대출자들의 상환 압박은 이미 높아진 상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처방을 내렸지만 다음달 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 정책 효과는 크게 줄어든다.

추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물가 상승률이 정점에 도달하는 등 인플레이션 위기는 고비를 넘겼다는 판단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부총리는 “국제유가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고 장마나 태풍을 거치며 농산물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금리인상 대신 외환보유고 투입, 민간보유 해외금융자산 매각 등 경제당국의 정책을 이용해 환율상승을 막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달러 강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시장에 달러를 추가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추 부총리는 이날 “외환보유고는 금고에 쌓아두라고 있는 게 아니라 이럴 때 시장안정조치하라고 있는 자금”이라며 “외환보유고가 아직 많으므로 이런 부분을 활용해서 적절한 시장안정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또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수요를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소화하도록 해 연말까지 약 80억 달러 가량을 국내 외환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민간 투자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7000억달러의 해외 금융자산의 매각을 촉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상당량의 달러가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

하지만 추 부총리의 금리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 공급만으로 달러강세를 완화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아울러 경제당국이 금리인상을 회피한다는 시그널을 줄 경우 투기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지금은 한은이 물가를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다하겠다는 강경한 시그널을 줘야 할때”라며 “금리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동성만으로 환율을 관리한다고 하면 환율에 베팅하는 투기세력이 붙고, 국내 투자자들도 ‘달러 사자’에 나서면 결국 힘에 부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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