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보다 0.4% 줄어 19만1700건
‘25~49세 인구 감소’ 구조적 원인에
‘결혼 꼭 해야 하나’ 가치관 변화도
지난해 혼인 건수가 10만건대에 머물면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미뤘던 결혼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혼인 건수는 전보다 감소했다.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는 낳지 않는데다, 출산 연령마저 높아지면서 출생률 하락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021년(19만2500건)보다 0.4%(800건) 줄어든 19만1700건이었다. 1970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다. 1990년대 30만건 후반에서 40만건대를 유지하던 혼인 건수는 2016년 20만건대로 내려 앉은 뒤 2021년 10만건대로 추락했다.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나는 조혼인율도 3.7건으로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미뤄졌던 결혼이 늘긴 했지만 혼인 감소 추세를 막지 못했다. 2년 연속 2만건 넘게 줄던 혼인 건수 감소 폭을 전보다 좁히는데 그쳤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5∼49세 연령 인구가 계속 줄면서 인구구조적인 측면에서 혼인 건수가 감소하는 부분이 있다”며 “혼인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혼인 건수가 감소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가운데 ‘결혼을 해야 한다’ ‘결혼 하는 게 좋다’는 응답 비율은 2012년 57.7%에서 10년만에 35.1%로 쪼그라들었다.
만혼이 늘면서 결혼 연령은 점차 올라가는 추세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7세, 여자 31.3세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 전에 비해 남자는 1.6세, 여자는 1.9세 각각 결혼 연령이 높아졌다. 늦은 결혼은 서울에서 두드러졌다. 서울 남자의 평균 초혼 연령은 34.2세, 서울 여자는 32.2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혼인 기피와 늦은 결혼 기조가 맞물리면서 저출생 흐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임 과장은 “전체 출생아 중에서 결혼 후 5년 이내에 태어난 아이의 비중이 지난해 기준 72.5%였다”라며 “혼인이 줄어들면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결혼이 늦다보니 아이를 낳아도 하나만 낳는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24만9000명 가운데 첫째는 15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5.5% 늘어난 반면 둘째(7만6000명)와 셋째(1만7000명)는 각각 16.8%, 20.7% 감소했다. 전체 출생아 중 첫째 아이의 비중은 62.7%, 둘째 비중은 30.5%, 셋째 이상은 6.8%였다.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나이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첫째 아이를 낳은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은 33.0세로 전년보다 0.3세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 이상을 포함한 전체 평균 출산연령은 33.5세로 1년 전보다 0.2세 올랐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7%로 전년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