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두 아들이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을 지주사 공동대표 자리에서 해임했다. 지난달 모친·차남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하며 가족 간 화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40여일 만에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된 것이다.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14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공동대표인 송 회장을 해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단 송 회장은 2026년 3월29일이 임기 만료인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직은 유지한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의 ‘모자 대표’ 체제는 차남인 임종훈 단독대표 체제로 바뀌게 됐다.
송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로, 2020년 임 회장이 별세한 뒤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한미약품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날 이사회는 송 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대표 측이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올해 초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한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모녀 측,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형제 측으로 나뉘어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이 분쟁은 지난 3월26일 형제 측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지난달 4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너 일가는 ‘가족 간 화합’을 내세우며 모친 송 회장과 차남 임종훈 이사를 한미사이언스의 공동대표로 나란히 선임하며 갈등을 일단 봉합하는 듯했다.
하지만 양측은 조직개편과 지분 매각 방식 등을 둘러싸고 상당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형제 측이 주도한 임원 인사가 송 회장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되기도 했고,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해결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형제의 계획에도 송 회장은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이 지주사 경영에서 배제되면서 한미약품의 조직개편과 투자 유치 등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상속세 해결과 투자 유치 등을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들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훈 대표는 이날 이사회 종료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한미약품의 발전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며 “시급한 문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