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한 폐철도 ‘사이클링’ 명소로…대여·정비·숙박 다 갖춘 ‘자전거 도시’ 됐다

2024.07.07 21:07 입력 2024.07.07 21:13 수정

③ 셔터 닫힌 상업도시 ‘쓰치우라’의 돌파구

폐철도를 활용한 일본 이바라키현 쓰치우라의 자전거 도로. 경사가 완만하고 일직선 코스가 이어져 이용자들의 호응이 높다.

폐철도를 활용한 일본 이바라키현 쓰치우라의 자전거 도로. 경사가 완만하고 일직선 코스가 이어져 이용자들의 호응이 높다.

시 중심가 전통 상권 침체
관공서 이전으론 효과 못 봐

대형 호수 등 환경 자원 활용
‘자전거 인프라’ 구축 나서자
일자리 창출에 인구도 늘어

일본 도쿄에서 기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이바라키현 쓰치우라시. 과거 상업도시로 명성을 떨쳤던 이곳엔 쓰치우라역을 중심으로 ‘도시의 얼굴’로 불리는 상가가 모여 있다. 1985년 쓰치우라역 도보 5분 거리에 들어선 ‘MALL 505’도 그중 하나다. 전체 길이 505m, 3층짜리 5개 동 73개 점포 규모의 대형 쇼핑센터로 쓰치우라시의 번영을 상징하는 상권이다.

끝이 없을 줄 알았던 호황기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저물었다. 외곽 지역에 대형 주차장을 갖춘 쇼핑몰과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이용객 이탈이 가속화됐다.

결국 MALL 505와 명점가(名店街)를 비롯한 쓰치우라 전통 상점가는 일본 수도권의 대표적인 ‘샷타도리’(폐점 가게가 많은 거리)로 전락했다.

쇠락한 쓰치우라의 중심 상권인 명점가는 한낮에도 문 닫은 곳이 많아 썰렁하다.

쇠락한 쓰치우라의 중심 상권인 명점가는 한낮에도 문 닫은 곳이 많아 썰렁하다.

지난달 24일 낮 12시. 점심 시간에 찾은 상가는 적막했다. 문을 연 식당 등 점포는 9개 남짓이었고, 내려간 셔터마다 임대 안내문이 붙었다.

2015년 중심가 부흥을 위해 비어 있던 역 앞 대형 쇼핑센터(URARA)로 시청이 옮겨 왔지만 상권은 살아나지 않았다. 새로 들어선 호텔과 도서관도 몰락한 상가를 되살리지 못했다. 중심 상업지 활성화를 통해 옛 시가지의 부활을 모색했던 쓰치우라시의 전략은 실패로 끝났다.

옛 도심 상가 살리기로 쓴맛을 본 쓰치우라시는 침체 돌파구로 자전거를 택했다. 주변 환경 자원을 활용해 일본 제1의 자전거 도시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가스미가우라 일대와 함께 쓰치우라시에서 사쿠라가와시 이와세를 잇는 약 40㎞의 쓰쿠바 폐철도를 자전거 도로로 만들었다.

인구 유출로 골머리를 앓던 이바라키현이 ‘CYCLING IBARAKI’를 내걸고 쓰치우라시와 함께 자전거 특화 지역 만들기 밑그림을 짰다. 인접한 쓰쿠바시와 사이클링 특화 호텔을 구상하고 JR동일본이 참여하면서 ‘자전거 도시 프로젝트’는 민관 합동 사업으로 확대됐다.

2016년 가스미가우라 구간과 쓰쿠바 폐철도 구간을 합친 약 180㎞ 길이의 ‘쓰쿠바 가스미가우라 린린 로드’가 개통됐다. 특히 가파른 경사 없이 평탄한 길이 이어지는 쓰쿠바 폐선 구간 반응이 좋았다.

2018년 쓰치우라역에는 자전거 판매와 대여, 정비가 이뤄지는 거점 시설이 들어섰다. 역 지하에는 코인 로커와 샤워룸 같은 편의시설을 갖추고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사이클링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는 콘셉트다. 2019년 일본 국토교통성은 쓰쿠바 가스미가우라 린린 로드를 ‘국가 자전거 도로’로 지정했다.

자전거 도시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사이클리스트가 모이기 시작했다. 자전거 관광 활성화와 인프라 구축으로 일자리도 생겨났다. 쓰치우라역 인근 자전거 특화 호텔에 취업한 후카야 시오리는 “사이클링을 목적으로 한 방문객이 늘고 있다”며 “한 번 찾은 분들은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 덕분에 도시에 활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줄어들던 쓰치우라의 인구는 2021년을 기점으로 증가 전환했다. 2021년 14만명 선을 회복한 뒤 올해 6월 기준 14만2300명까지 늘었다. 13만명대에서 하락세를 거듭하다 2040년 12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인구 전망을 비껴간 셈이다.

중심가는 몰락했지만 신규 주택단지 중심으로 정착 인구가 늘고 있다. 고물가 국면에 도쿄 집세 등 생활비를 감당하기 버거워진 젊은 직장인들이 통근이 가능한 쓰치우라시에 터를 잡으면서다. 자전거 관광 활성화로 청년 일자리가 증가한 영향도 컸다.

쓰치우라 외곽 기다마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장지혜씨(52)는 “시에서도 노력을 많이 해서인지 동네에 사람이 늘고 환경이 달라지는 게 체감된다”며 “자전거 타는 분들이 이곳 식당까지는 오지 않아 매출에 영향은 없지만 자전거가 도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쓰치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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