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흑자 전환을 점친 시장의 예상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의 성적은 저조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배터리 사업 부진이 악영향을 미쳤다. 증권가는 향후 실적 반등 기대치를 낮게 잡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2분기 매출액 18조7991억원, 영업손실 45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560억원, 영업이익은 6705억원 감소했다.
배터리 사업을 주도하는 자회사 SK온이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을 끌어내렸다. 미국 지역 판매량 회복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장 가동률 하락 및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초기 비용 증가로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 사업은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중국 경기회복 지연 영향 등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하면서 전 분기 대비 4469억원 감소한 14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하반기 석유사업 시황은 OPEC플러스(OPEC+) 감산 지속, 이동 및 냉방 등 계절적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유가는 하단을 지지하고, 정제마진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2일 배터리와 석유화학 사업 부진을 지목하며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를 대거 하향 조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6만원으로, IBK투자증권은 기존 16만5000원에서 14만5000원으로 낮췄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의 목표주가는 17만원을 유지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은 지난 상황”이라며 “주가는 SK온 펀더멘탈(기초체력) 개선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2030년까지 2조2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합병 시너지로 2030년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업계는 이번 합병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SK온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사의 합병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신용등급 보완을 통한 금융비용 안정화, 에너지 종합 기업으로의 변화 기대감은 유효하다”면서도 “배터리 사업 흑자 전환은 장기간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캐즘으로 인한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와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 전략 추진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포트폴리오 풀 라인업, 단위당 생산능력 확대, 원재료 구매 경쟁력 강화, 고객 다변화 등에 시설투자(CAPEX)가 계속해서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