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과거 ‘금투세를 도입해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 없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투세가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정부의 주장이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에 의뢰해 2020년 6월 비공개로 받은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5일 공개했다.
조세연은 정부가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탄력세율을 5%에서 1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던 2017년 8월과 세율 인상이 시행된 2018년 4월, 정부가 과세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2018년 7월과 2019년 4월 전후 6개월간의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선물지수 등을 분석했다. 보고서 분량만 총 191쪽에 달한다.
조세연은 보고서에서 금투세를 도입해도 주식시장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는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량 및 거래금액에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었으나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의 장기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금투세를 도입하면 해외주식 쏠림이 심해지고,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부 논리와 상반된다.
보고서는 또 “일반적인 우려와는 달리, 금융자산에 대한 양도소득세(금투세) 부과는 반드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지는 않는다”며 “무위험 자산의 수익률이 낮은 경우 양도소득세의 부과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킨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월 금투세를 도입하면 “투자자들이 위험자본에 대한 투자보다 회수가 확실시되는 투자를 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보고서의 결론과 상충되는 말이다.
금투세 도입이 장·단기 중 어떤 투자를 부추기는지를 두고도 조세재정연구원과 정부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조세연은 “과세이연 욕구로 인해 동결 효과가 발생한다”며 금투세 도입이 장기투자를 유도한다고 봤다. 주식 투자로 이익을 많이 남긴 사람들이 금투세를 내는 시점을 미루기 위해 주식을 팔지 않고 장기 보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금투세를 도입하면 ‘단타 매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투세가 그대로 시행되면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선 손익통산을 받기 위해 장기보유할 상품도 단기간에 처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금투세가 장기투자보다는 단기매매나 매도를 촉발할 것”이라고 했다.
차 의원은 “기재부는 금투세 도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폐지를 주장해 온 것”이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주식시장에 불확실성을 남겨둘 것이 아니라 원천징수 등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개선한 뒤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현재 주식시장이 4년 전과 달라졌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금투세 논의 당시와 비교해 국내 투자자 및 해외 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내 자본시장이 급격히 커진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시 자본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크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상황에서 금투세까지 부과되면 투자자가 이탈하고 자본시장 발전이 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