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액) 향상 속도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출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이 전체 제조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보다 컸다. 그 원인으로 중국 특수 소멸과 인력 재조정 어려움이 지목되는 가운데 유연한 노동시장과 신산업 전환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발간한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 둔화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매출액 중 수출 실적이 존재하는 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정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 중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을 계산한 결과, 2000∼2009년에는 전체 제조기업 대비 30% 정도 높은 생산성을 보유했다. 반면 2020∼2022년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전체 제조기업보다 약 0.8% 높은 데 그쳤다.
수출기업 내에서도 매출액 대비 수출액이 절반을 넘는 글로벌 기업과 수출 비중이 미미한 기업 간 생산성 격차도 벌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매출액 중 수출액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1억399만원이었다. 그러나 매출액 중 수출액 비중이 20% 미만인 기업은 노동생산성이 8761만원에 그쳤다.
수출기업 중 한계기업도 증가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수출기업 중 한계기업에 해당하는 비중은 2010년 5.5%에서 2022년 18.0%까지 늘어났다. 이는 2022년 전체 제조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인 10.9%를 크게 웃돈 수치다.
보고서는 수출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부진한 이유로 중국 특수 소멸과 인력 재조정의 어려움을 꼽았다. 보고서는 “국내 주력 제조업은 과거 중국 특수에 기대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부품·소재 국산화 확대가 맞물려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중국 특수가 사라진 상황에서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인력 재조정이 어려워 노동생산성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또 주력 수출 품목을 생산하는 업종이 산업 사이클상 이미 성숙기에 진입해 투자를 늘려도 얻는 생산성 향상 폭이 제한적인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수출기업의 생산성 향상 대책으로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사업 재편을 통한 효율적 자원 배분 추진, 중국을 대체할 시장 발굴 등을 제안했다. 특히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유연한 인력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