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법 개정안…대기업 ‘숨은 보조금’ 증가율, 중소기업 3배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 증가율 20% 육박, 저소득층 앞질러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에 비과세·세액공제 같은 조세감면 혜택이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역대 정부에서 주로 중소기업과 중·저소득층에 조세감면 혜택이 돌아간 것과 대조된다.
기획재정부가 5일 국회에 제출한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정부는 2025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에 대한 조세지출이 4조936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 정부에서 세 번째 내놓은 2024년 세법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확정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 첫 개정 세법이 적용된 2023년(4조3804억원)과 비교해 12.7%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에 대한 조세지출 증가율이 4.7%인 것과 비교하면 약 3배 큰 규모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면제하거나(비과세) 깎아주는(감면) 방식 등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흔히 ‘숨은 보조금’으로 불린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3년차 개정 세법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조세지출이 6.2% 늘어날 때, 대기업에 대한 조세지출은 되레 38.1% 줄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중소기업 조세지출 증가율(9.4%)이 대기업(1.3%)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이는 현 정부에서 조세지출 규모가 큰 사업 중 상당수가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통합투자세액공제 혜택의 56.8%가 대기업에 돌아갔다. 중소기업(26.8%)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정부는 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통합투자세액공제의 증가분(직전 3개년 평균 투자액을 초과하는 부분) 공제율을 10%로 일괄 상향하기로 했다. 현재는 국가전략기술은 4%, 일반 및 신성장·원천기술은 3%를 적용하고 있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그동안 중소·중견기업만 누렸던 혜택이 대기업까지 확대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조세감면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과 중·저소득층에 대한 조세지출도 역전됐다. 정부는 2025년 고소득자에 대한 조세지출이 16조672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년 전에 비해 19.9%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중·저소득층에 대한 조세지출은 29조1472억원에서 33조2469억원으로 14.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중·저소득층에 대한 조세지출 규모가 크지만, 고소득층을 위한 조세지출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
이는 역대 정부와 대조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3년차 개정 세법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조세지출 증가율은 17.4%였지만 중·저소득층의 경우 45.0%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중·저소득층에 대한 조세지출 증가율(13.4%)이 고소득층(9.1%)을 웃돌았다.
실제 ‘감면액 기준 연도별 상위 20개 항목’을 보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고소득층과 중·저소득층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조세지출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기재부는 2023~2025년 보장성 보험 등에 대해 12~15% 세액공제를 해주는 ‘보험료 특별소득공제 및 특별세액공제’ 조세지출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보험료 공제 혜택은 중·저소득층에 50.4%, 고소득층에는 49.6%가 각각 돌아갔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증여세 감면 혜택을 주로 고소득층이 받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의 세 부담은 더 가벼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가 시행하는 조세정책 가운데 하나는 기업이 투자하거나 고용을 많이 하거나 R&D(연구·개발)를 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