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투자·소비 마이너스인데
정부, 5개월 연속 ‘내수회복 조짐’ 진단
정부가 5개월째 ‘내수는 회복 조짐’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부문별 속도차가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최근 생산·투자·소비가 ‘트리플 마이너스’인 상황을 반영해 톤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며,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차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내수 회복 전망은 5개월째 유지하되 “부문별 속도차가 존재한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정부는 지난달 ‘내수 회복 조짐’ 앞에 ‘완만한’이라는 표현을 추가하고,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를 ‘지속되는 모습’으로 수정했는데 이보다 더 톤을 낮춘 것이다.
정부는 최근의 부진한 소비·생산·투자 경향을 반영해 내수 진단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수와 직결되는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올해 2분기 민간소비는 1분기보다 0.2% 줄었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도 부진하다. 소매판매는 지난 7월 내구재(-2.3%), 준내구재(-2.1%), 비내구재(-1.6%)가 모두 감소하며 전월보다 1.9% 줄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8로 전월 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생산과 투자 상황도 좋지 않다. 산업 생산활동을 보여주는 ‘전산업생산’은 지난 7월 전월 대비 0.4% 줄었다. 올해 2분기 설비투자는 1분기보다 1.2% 줄었다. 2분기 건설투자는 1분기보다 1.7% 줄었다. 현재의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인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이번 달 92.7로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7월 기준 서비스업 생산(2.2%)과 설비투자(18.5%)는 1년 전보다는 증가세를 보였다.
정부의 내수 진단이 서민들의 체감경기와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표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내수 부진’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낮췄다.
정부는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KDI와 상황 진단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컵에 물이 다 차야 내수가 회복되는데, KDI는 ‘컵에 아직 물이 반도 못 찼다’고 얘기하는 것이고, 정부는 경제주체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알리기 위해 ‘물이 지금 반으로 차고 올라가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