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 분야 대기업 총수들이 추석 연휴 기간 하반기 경영 구상에 들어간다. 고물가·고금리 등 소비심리 위축으로 실적 위기가 우려되는 만큼 수익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연휴 중 울산 울주군에 있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선영을 찾아 참배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연초와 명절 등 매년 2~3차례 신 명예회장의 선영을 찾았다. 신 회장은 올 추석에도 신 명예회장에 대한 참배로 추석 연휴를 시작한다.
신 회장은 이후 국내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전략을 구상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주요 사업장을 둘러보는 등 현장 경영도 이어간다. 신 회장이 최근 내놓은 화두는 한·일 롯데를 결합한 ‘원팀’ 구상이다. 불황의 파고를 넘으려면 양국 롯데가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는 게 신 회장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이달 초 양국 롯데식품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벨기에와 폴란드의 글로벌 식품 생산거점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시너지 창출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원롯데’의 첫 전략 상품으로 빼빼로를 선정하고, 오는 2035년까지 매출 1조원의 글로벌 10대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추석 연휴 경영 전략을 구상하면서 한·일 롯데의 글로벌 유통망을 효율화하는 등 ‘원롯데’로서 협력을 심화하는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추석 연휴 별다른 일정 없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그룹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대외 활동을 자제한 채 경영에 집중하는 등 평소 즐기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과 골프도 끊었다.
정 회장의 하반기 경영 전략은 수익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 안에 이마트를 비롯한 핵심 계열사 실적 반등의 계기를 찾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올해 내내 이어진 그룹 전반의 고강도 비용 절감 노력과 경영 효율화, 인적·조직 쇄신 등에는 정 회장의 이 같은 의지가 담겨있다.
오는 10월 말이나 11월 초 예상되는 그룹 정기 임원 인사도 현안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1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이래 처음 단행되는 인사인 만큼 정 회장 체제로 조직을 정비하는 등 쇄신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특별한 일정 없이 추석 연휴를 보내며 경영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추석 연휴 직후인 오는 19∼22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함께할 경제사절단에 신 회장과 정 회장을 비롯한 유통 대기업 총수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 6~9일 예정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경제사절단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이름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