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후변화 대응 무임승차 땐 유럽지역 수입관세 압박 늘어날 것”

2024.09.18 19:58 입력 2024.09.19 09:01 수정

금융위 기후공시 의무화 연기에

칼데콧 교수, 저탄소 공정 강조

“한국, 기후변화 대응 무임승차 땐 유럽지역 수입관세 압박 늘어날 것”

국내 상장기업의 기후공시 의무화가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기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을 지원하는 ‘전환금융’의 세계적 석학인 벤 칼데콧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사진)는 “한국이 기후변화에서 무임승차를 한다면, 다른 나라들의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기업들이 근본적인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주요 7개국(G7) 중 처음 석탄 화력발전소를 전부 폐쇄했다. 최초로 석탄화력발전을 주도했던 나라가 화력발전을 전면 포기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 뒤에는 ‘전환금융’이 있다. 전환금융은 기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의 역할을 말한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태스크포스 공동사무국장 겸 옥스퍼드 지속가능금융그룹 창립자인 칼데콧 교수를 지난 13일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만났다.

그는 “영국은 재생에너지(생산)가 예상보다 빠르고 크게 성장해 석탄을 단계적으로 퇴출할 수 있었다”며 “시장에서 탄소가격제가 도입되면서 석탄 화력발전의 수익성을 떨어뜨린 것도 영향을 줬다”고 했다. 영국의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은 목표 시점보다도 1년 빨리 진행됐다. 그는 “영국 정부도 처음에는 화력발전소를 끄는 것을 주저했다”며 “전기가 끊길까, 안전할까는 결국 기우였다”고 했다.

그는 정부 규제와 민간기업의 자발적 기술투자 중에서 “정부가 모든 실물경제를 변화시킬 수 있고, 그 후 금융이 지원한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칼데콧 교수는 “금융기관이 내리는 결정, 금융기관을 안내하는 정부 규제들이 자본 배분에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이를 위한 조건은 정책이 실질적이고 강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은 느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지속 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에서 기후공시 의무화 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2025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해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도입 시점이 ‘2026년 이후’로 무기한 밀렸다.

칼데콧 교수는 “기후공시 의무화를 미루는 건 기업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글로벌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또 “유럽에선 (환경 관련)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을 도입하려는 논의가 있다”며 “유럽연합(EU)과 영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선 탄소 가격을 책정해야 하고, 그 과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식”이라고 했다.

칼데콧 교수는 “아직까지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진지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무임승차국이라고 특정 짓지 않겠다”면서도 “그럼에도 무임승차국이 된다면, 여러 국가의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 한국이 리더가 되어 규범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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