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 만에 내려…한·미 금리 차 1.5%P로
파월 “서두르지 않겠다”…점진적 인하 시사
‘대선 48일 전 단행’ 정치적 동기에는 선 그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를 결정했다. 이른바 ‘빅 컷’이다. 경기둔화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 연준은 코로나 여파로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가 막을 내린 것이다.
금리인하 배경으로
물가 안정세, 노동시장 둔화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3년만에 미국의 가장 높은 기준금리 수준에서 한단계 내려왔으며,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이도 역대 최대인 2.00%포인트에서 최대 1.50%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연준은 팬데믹 부양책 등으로 물가가 치솟자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해왔다.
연준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더 진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다소 올라가 있는 상태”라면서도 “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고,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했다.
연준은 일단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봤지만 노동시장은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감소하고 노동 시장이 냉각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위험은 줄어들고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은 증가했다”며 “인플레이션 진전과 위험의 균형을 고려하여 이중 책무의 양쪽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FOMC는 물가안정과 최대고용 달성 등 이중 임무의 양 측면에 대한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에 확신을 표현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 시장은 실제로 양호한 상태”라며 “미국 경제도 좋은 상태다. 견실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점진적 인하 시사
연준은 이날 향후 기준금리를 예측할 수 있는 점도표도 공개했다. 연준이 제시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은 기존 5.1%에서 4.4%로 떨어졌다. 이는 올해 안에 0.5%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한다는 점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면서 파월은 ““경제전망 요약(SEP)에는 FOMC가 서두르고(rush) 있다는 내용이 없다”면서 점진적 인하를 시사했다. 그는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더 느리게 갈 수도 있다”며 “우리는 좋고 강력한 시작을 했다. 매 회의마다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하를) 새로운 금리인하 속도(new pace)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연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6월 발표한 2.1%에서 0.1%포인트 낮춘 수치다. 연말 실업률은 4.4%로 예상해 6월 예측치(4.0%) 보다 높였다. 연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6월의 2.6%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하는 미국 대선을 48일 앞두고 결정된 것으로 미국 정치권내에서 찬반 양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전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동기’를 묻는 질문에 “제가 연준에서 맞이하는 네 번째 대통령 선거”라며 ““우리는 어떤 정치가나 정치적 원인, 정치 이슈를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