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 3명 중 1명은 15~29세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원하지만 구직을 포기한 ‘청년 구직 단념자’, 집에서 그냥 쉰 ‘쉬었음’ 청년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고용률 수치만 보고 환호하고 있지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밀려난 청년들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올해 1∼8월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월평균 9만858명으로 1년 전보다 약 13%(1만448명)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이하 장기 실업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55.7%)에 달한다. 15∼29세 청년층이 32.4%(2만9442명)로 가장 많았고, 30대는 23.3%(2만1177명)로 뒤를 이었다.
장기 실업자 중 청년층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올 1~8월 15~29세 청년층 장기 실업자는 1년 전보다 4854명 늘어 모든 연령대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장기 실업자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30.6%에서 32.4%로 늘어났다. 장기 실업자 3명 중 1명은 15~29세 청년인 셈이다.
문제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냥 쉬었음’ 청년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를 보면, 3년 이상 미취업 청년 중 ‘쉬었음’ 청년은 5월 기준 지난해 8만명에서 올해 8만2000명으로 늘었다.
지난 1년간 구직활동을 했지만 직전 한달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청년 구직 단념자’도 늘었다. 올 1∼5월까지 청년 구직 단념자는 월평균 12만명으로 1년 전(10만9000명)보다 약 1만1000명 늘었다.
청년 장기 실업자와 ‘쉬었음’ ‘구직 단념자’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기 실업자 중 이전 직장을 중도에 그만둔 사유로 ‘시간·보수 등 작업 여건 불만족’(24.7%)이 가장 많이 꼽혔다.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정부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9월 9일 대정부질문에서 “25~29세에서는 역사상 가장 높은 고용률인 72.3%를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업률 수치에 들어가지 않는 ‘그냥 쉬었음’ 청년과 구직단념 청년들의 수치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를 구한 청년 상당수는 불안정 노동에 내몰리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월 기준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 중 계약 기간 1년 이하로 일한 비중은 31.4%로 관련 통계가 공표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10년 전(19.5%)보다 약 1.6배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