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충당금

2013.05.26 22:10 입력 2013.05.26 23:01 수정
조익연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은행이 대출금 떼일 경우를 대비해 쌓아두는 돈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절반 이상 급감했다고 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대출 수익률이 떨어지고 경기침체 장기화로 건설, 조선, 해운 관련 기업의 경영이 악화하면서 은행이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은행 실적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대손충당금이 무엇이고, 실제 어떻게 계산하는지, 은행의 손익과 주요 경영지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 정상·요주의·회수의문 등 대출자산 건전성 5등급 분류
등급별 최소 적립비율 규정… 은행 적립 적을수록 이익 커

■ 대손충당금이란

대손충당금은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가계나 기업에 대출을 해줬을 때 입을 수 있는 손실을 평가한 금액이다.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둔다는 의미다. 일반인들은 친구에게 100만원을 빌려준 뒤 절반 정도를 못 받을 것 같다면 돈 받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은행은 그에 대한 손실에 대비해 일정 금액을 미리 쌓아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100만원을 대출해 주고, 20만원은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면, 대손충당금은 20만원이 되고 실질적인 대출의 가치는 80만원이 된다. 나머지 20만원에 대한 손실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자금이다.

[알기 쉬운 경제]대손충당금

■ 대손충당금은 어떻게 산출하나

대손충당금 계산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자산건전성 분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에서는 ‘자산건전성 분류’를 통해 대출의 상태를 일정한 등급으로 분류하고 그에 맞춰 충당금을 쌓는다. 감독당국에서는 대출자산의 건전성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의 5가지로 등급을 분류하고 등급별로 쌓아야 할 충당금의 최소 적립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자산건전성을 분류할 때에는 해당 대출의 ‘연체기간’, 돈 빌린 사람의 ‘부도 여부’ ‘미래 채무상환능력’까지 감안해야 하며 가장 위험수준이 높은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감독당국의 분류기준과 최소 적립비율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은행은 자신들의 신용평가모형 등을 활용해 최소 적립비율 이상의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을 수 있다.

■ 대손충당금은 변동되지 않는지

대손충당금은 한번 쌓으면 변치 않는 금액이 아니다. 대출이 부실화할수록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반대로 대출해준 회사 등의 실적이 좋아져 건전성이 높아지면 충당금을 줄일 수 있다. 조선업 장기 불황으로 지난 4월2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조선해양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자율협약 신청 전 STX 조선해양의 자산건전성은 ‘정상’이었다. 그러나 자율협약 신청으로 STX 조선해양의 자산건전성 분류는 ‘요주의’나 ‘고정’으로 변경된다. 이렇게 되면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대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 대손충당금과 은행 실적의 관계는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은행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하는 은행의 특징 때문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대손충당금이 적을수록 이익이 커진다. 그러나 반대의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통상 새로 부임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전임자들 재임 기간에 누적됐던 손실을 회계 장부에서 한꺼번에 털어버림으로써 과오를 전임자에게 넘기고 자신의 실적을 부각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최소 적립비율을 유지하기만 하면 추가적인 적립규모는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영실태를 평가할 때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지표가 ‘고정이하여신비율’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지표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 즉 부실대출이 차지하는 비율로 해당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다. 금감원의 잠정집계에 의하면 지난 3월 말 현재 한국 전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0조5000억원, 총대출 대비 부실채권비율은 1.46%에 이른다. ‘BIS 자기자본비율’도 은행의 자산건전성 분류 및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비율로서, 일반적으로 부실자산이 늘어나게 되면 분자인 자기자본이 줄어들게 되고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커지는 효과가 있어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 금융기관에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대손상각은 부실화된 자산을 은행의 장부(대차대조표)에서 털어내는 방법이다. 이때 손실에 대비해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이 손실로 확정되고 해당 대출금액은 장부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이 밖에 경매 등으로 대출을 매각하기도 하고 담보를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유동화 전문회사에 부실대출을 팔기도 한다.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이유는 자산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부실채권을 정리하게 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떨어지고 BIS 자기자본비율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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