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왜 가상자산업 진출을 원하나

2022.04.03 13:59 입력 2022.04.03 15:57 수정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은행연합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은행의 가상자산 서비스 진출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팔겠다는 것인데, 새 정부가 실제로 은행의 가상자산업 진출을 허용할 지 주목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인수위 제출용으로 작성한 ‘은행업계 제언’ 보고서에서 은행들의 애로사항을 열거하면서 ‘가상자산 서비스 진출 허용’을 언급했다. 연합회는 “공신력 있는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은행법상 은행의 겸영 업무에 가상자산업을 추가해달라”고 제안했다. 코인거래소, 가상자산 보관 전자지갑 서비스,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등을 비롯해, 향후 도입될 가상자산업법에서 가상자산업으로 정의하는 사업을 은행도 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는 뜻이다.

은행권이 이런 제안을 꺼낸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총영업이익 중 이자 이익이 86.1~92.6%를 차지할 정도로 비이자 이익의 비중이 작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성장하려면 예대마진에서 나오는 이자 이익을 벌어들이는 것 외에 다른 사업이 필요하다”며 “가상자산업은 워낙 이슈가 많고 시의성이 있어 은행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뛰어든 반면, 은행이 할 수 있는 비금융 서비스엔 제약이 있다는 것도 은행들의 불만이다. 은행과 빅테크 간에 존재하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업 간의 경계가 융화되는 세상인데 은행만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 묶여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가상자산업 진출을 희망하는 것도 그런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이 직접 가상자산업을 하려면 ‘겸영 업무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 은행법 시행령이 개정돼야 한다. 은행들은 일단 현행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방식으로 가상자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주로 디지털 자산 수탁 회사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식이다.

관련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월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보관·관리) 시장 진출을 위해 커스터디 전문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추진했다. 신한은행은 또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대비해 LG CNS와 디지털화폐 플랫폼의 시범 구축을 완료했고, 지난해 11월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 기반의 해외 송금 기술을 개발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해 미국 달러, 원화 등과 같은 법정화폐에 1대 1로 가치가 고정돼 있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도 각각 한국디지털에셋(KODA), 카르도 등 커스터디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가상자산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커스터디란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해주는 회사를 말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블록체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와 함께 합작법인 ‘디커스터디’를 설립했고, 지난 1월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스테이블 코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 가상자산으로 송금·결제할 수 있는 멀티자산지갑 등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